"이재명식 정부주도 성장 한계…윤석열은 기업 살릴 묘책 짜야"

이명철 기자I 2022.01.13 07:07:00

[대선 공약 검증-거시경제 정책]
경제 성장 앞세운 李·尹, 주체는 ‘정부 vs 민간’ 시각차
“확장재정, 선순환 역효과 날수도…증세 없인 재정 위기”
“민간 성장 필요하지만 구조개혁·효율 재정 청사진 필요”
양도세 중과 유예 효과 “글세”, 국토보유세 실현 가능성↓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원다연 공지유 기자] 다음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구상은 최근 이재명·윤석열 두 유력 대선 후보의 행보에 잘 드러나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신경제 비전 선포식에서 ‘종합국력 세계 5강의 경제 대국’을 목표로 제시했고, 같은 날 윤 후보는 “시장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경제의 디지털화로 성장을 도모하자는 기조는 뜻을 같이 했지만 경제 성장을 이끌 주체는 정부(이재명), 민간(윤석열)으로 명확히 달랐다. 다음 정부에서도 화두인 부동산 세제는 두 후보 모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를 제시한 반면 이 후보는 보유세 강화, 윤 후보는 보유세 개편으로 시각차를 드러냈다.

◇“코로나 극복 최우선…중장기 성장 도모해야”

이데일리 대선 공약 검증단은 12일 다음 정부의 경제 정책 과제로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민간 중심의 생산성 향상을 꼽았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다음 정부 과제에 대해 “단기로는 코로나19 완전 회복, 중장기로는 디지털 경제”라고 제시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민간에서 일자리를 계속 창출하도록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자원 (개발이) 한정된 상황에서 과학 기술력 등을 혁신하는 방안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기업 경쟁력을 위한 규제 대선 등 지원도 필요하다. 홍기용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하기 좋은 국가가 되도록 제도를 밑받침하는 것만으로도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제 성장을 위해 이 후보는 대대적인 국가 투자를 내세웠는데 이미 현 정부에서 확장적 재정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고 재원 조달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확장적 재정은 단기적 (경기) 부양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 효과는 불확실하다”며 “이미 경제 규모가 많이 커지고 민간 영역이 높아진 상황에서 정부 주도 투자는 오히려 민간 투자를 구축하는 효과를 낼 수 있어 선순환에 오히려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고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에 향후 재정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며 “현 정부에서 (연간) 재정 지출을 7~8%씩 증가시킨 반면 성장률은 2%대로 그만큼 국가부채가 쌓인 상태에서 더 격차를 낼 경우 글로벌 경제 위기 시 국내에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고 경계했다.

홍 교수도 “저금리 시대에서 재정 부담이 덜했지만 다음 정부 5년 내에는 이자 부담이 올라갈 확률이 높고 고령화 사회도 빨리 올 것”이라며 “확장 재정이 일시적인 효과를 낼 순 있어도 3~5년 가면 역작용이 일어난다”고 예측했다.

윤 후보는 민간이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재정의 효율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홍 교수는 이에 대해 “기업을 일으켜서 성장하고 거기에 따라 세수가 늘어나는 효과를 찾겠다는 것”이라며 “재정 지출 조정과 민간 성장을 통한 재원 확보 방법이라는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동안 정책 경험을 봤을 때 효율적인 선순환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김 교수는 “(재정의) 효율적 집행을 이야기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그림이 더 필요한 것 같다”며 “민간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 개혁을 추진하면서 이해관계자들과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 교수는 지출 구조조정과 가능해 “지출이 이중 삼중으로 겹치는 부문의 집행 효율성 제고를 통한 재정 구조조정은 가능하다”며 “보조금 가운데 꼭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 미진할 때 증세 불가피, 기업 살려야”

두 후보는 재정의 역할을 중요시하면서도 보편적인 증세에 대해서는 모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한 인터뷰에서 “증세는 정권 유지하는 입장에서 자폭 행위”라고 규정했고, 윤 후보 역시 “(지금 상황에서) 증세를 이야기하면 경제가 타격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증단은 세입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 교수는 “경제 안정을 위한 단기적 확장 재정은 필요하지만 성장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증세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안 교수도 “현재 응능주의(개인 능력에 따라 부담)식 세제는 이미 누진율이 한계 상황에 처했다”며 “만약 손을 댄다면 개세주의(소득 있는 곳에 과세)로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증세를 통해 재원을 확충하기보다는 기업 부담을 낮춰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 교수는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고 감세를 시행해야 한다”며 “현 정부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3%포인트 높여 미국보다도 높은데 이런 것을 내리면 기업하려는 수요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서 두 후보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를 통해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이와 관련해 홍 교수는 “터무니없는 세율로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키기 때문에 완화할 수밖에 없다”며 필요성을 인정한 반면 안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되는지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 같지만 (주택 공급 없이) 장기적으로 안정이 될 지는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양도세 등 거래세 완화를 요구한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 등 보유세는 강화해야 한다는 게 기본 논리다. 윤 후보의 경우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의 통합 등 보유세 전반적인 개편을 제안한 바 있어 두 후보간 시각차가 있다.

국토보유세 강화는 불가능하다는 게 홍 교수 판단이다. 그는 “종부세를 완화한다고 하면서 같은 성질의 국토보유세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나”며 “현재 종부세·재산세 부담이 국민에게 많다는 것을 느꼈다면 당연히 국토보유세를 추진하면 안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종부세·재산세 통합에 대해 “사실상 종부세를 없애는 것”이라며 “아직 자세히 발표는 안했는데 종부세와 재산세를 다단계로 통합하면서 세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추정된다”고 예상했다.

안 후보는 “종부세 개편은 종부세를 재산세에 합산하는 식으로 누진율 조정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국토보유세는 설득력이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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