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명사의 서가]"미래는 산촌 산자락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

박진환 기자I 2017.12.13 06:00:00

김재현 산림청장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추천
"주고쿠 산촌의 성공 방식은 한국에서도 적용 가능한 모델”
산림 공익가치 130조…“지속가능한 발전이 개발 보존 갈등 해법”



김재현 산림청장은 이데일리와의 ‘명사의 서가’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산촌을 만들어 개발과 보존이 양립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가능성을 배우고, 현실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주민들과 호흡하면서 마을을 넘어 지역과 연계할 때 비로소 산림정책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정부대전청사에서 만난 김재현(53) 산림청장은 그동안 우리나라 산림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그동안 산림정책은 자원을 어떻게 육성·활용하는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앞으로 산림정책은 자원 중심에서 공간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며 “지역사회가 숲의 자원을 육성·활용하는 주체로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래는 산촌 산자락에서 시작되고 있다”

김재현 산림청장은 “산촌경제에는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다”고 했다. 그는 임학을 전공한 대학교수로서 시민단체인 ‘생명의 숲’에서 시민운동을 했지만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김 청장이 산림의 가치를 재발견한 계기가 모타니 고스케가 저술한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라는 저서다. 모타니 고스케는 이 책에서 산촌이 ‘낙후한 오지’가 아닌 미래의 가치를 만드는 공간이라고 했다.

김 청장은 “저자는 일본 NHK취재팀과 공동으로 일본 주고쿠 산촌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의 가능성을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면서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산림을 미래자원으로 인식하고, 산촌의 버려진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일본 주고쿠 산촌이 숲가꾸기를 통해 얻은 임산물을 활용해 지역에너지시스템을 만들고, 임산물의 지역 내 생산·소비를 통해 안정적이고 건강한 산촌경제를 구축해 나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한다.

김 청장은 “미래는 벌써 산촌의 산자락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모타니 고스케를 말을 인용하며 “주고쿠 산촌의 성공 방식은 한국에서도 적용 가능한 모델”이라고 했다, 그는 “마을을 넘어 지역민들과 연계하지 못한 기존의 숲 보전 만으로는 산촌을 살릴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김 청장은 2007년 대학 교수직을 잠시 내려 놓고 일본의 산촌으로 갔다. 일본내 지인을 통해 집을 구해 혼자 살면서 산촌 주민들이 어떻게 숲을 통해 마을을 만들고, 가꿔 가는지 배웠다.

그는 “학교와 시민운동을 통해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들을 풀기 위해 일본의 한 산골 마을로 직접 들어갔다.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고 돌이켰다.

김 청장은 “산촌은 오지가 아닌 도시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시민들을 치유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했다.

◇ 산림 공익가치 130조…“지속가능한 발전이 해법”

김 청장은 “산촌을 살리면 단순히 마을주민들의 경제적 소득이 늘어나는 것을 넘어서 최종 결과물로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진다”며 “기존 정책들을 다듬는 동시에 산촌을 낙후된 공간에서 미래의 선진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130조원에 달한다. 산림의 가치를 국민들이 공감하고, 산림청은 산림의 잠재적 가치를 현실화해서 국민들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산림 가치를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1992년 브라질의 리오에서 전 세계 국가들은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합의를 이뤄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우리 사회에는 녹색성장 등의 구호만 있었고,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전략과 개념이 없었다”고 진단했다.

김 청장은 지속가능한 발전은 ‘개발’과 ‘보존’ 모두를 포용할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준비라는 의미도 함께 포함한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김 청장은 박진도의 ‘부탄 행복의 비밀’에 등장하는 부탄의 이야기를 전했다. 저자는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도 되지 않는 최빈국인 부탄을 ‘행복의 나라’로 소개한다.

김 청장은 “부탄은 작고 가난하지만 국민들의 행복 지수는 그 어떤 나라보다 높다. 저자는 부탄 정부가 국민의 행복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다.

세계 각국이 GDP(국내총생산) 지수를 올리기에 열을 올리는 것과는 상반된 부탄의 행보를 우리는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숲과 산림을 바라보는 부탄인들의 관점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는 “부탄은 전 국토의 70%를 숲으로 보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숲이 국민 행복에 직결된 것임을 부탄 정부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청장은 “우리나라는 각종 개발 논리에 밀려 산림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GDP는 올랐지만 국민 행복지수는 낮아진 게 산림이 줄어든 것과 맞물려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라고 말했다.

김 청장은 산림정책 추진 때 관 주도에서 벗어나 민간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모든 이해관계인들을 모아 합의한 뒤 행정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이 무척 어렵지만 합의점을 도출하면 정책 추진은 훨씬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제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라며 “공직사회도 끊임없이 학습하는 동시에 좀 더 유연한 자세로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현 산림청장은?

김재현 산림청장은 교수이자 시민운동가다. 김 청장은 “교수로 임용되기까지 순탄한 삶을 살았다.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일본에서 교수로 임용됐고, 다시 1년 만에 한국에서 교수로 강단에 섰다. 운이 좋았다”고 했다.

김 청장은 이 과정에서 감사한 마음과 함께 사회적 책임에 눈 떴다고 했다. 김 청장은 “특히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하느라 학업에 전념하지 못했던 친구들에게 항상 마음의 빚이 있었다. 부채의식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어 시민운동에 동참하게 됐다”고 했다.

김 청장은 시민단체인 희망제작소 부소장을 지냈고 생명의숲 국민운동본부 이사 겸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건국대 산림조경학과 교수로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하던 중 문재인 정부에서 산림청장에 발탁됐다.

△1965년 3월 3일생 △전남 담양 출생 △서울대 임학과 △서울대 대학원 농학석사 △일본 쓰쿠바대 대학원 농학박사 △생명의 숲 이사 겸 운영위원장 △희망제작소 부소장 △건국대 상허생명과학대 산림조경학과 교수 △일본 쓰쿠바대 농림학계 조수 △일본 학술진흥재단 특별연구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