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동기자] 최근 국제 유가가 급등락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과 미국석유협회(API)의 `주간 원유재고` 통계간 불일치가 유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인 것으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EIA와 API 통계간에 모순이나 불일치가 발생할 경우에는 시장 판단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두 기관 발표가 동일한 흐름을 보여준다면, 이 때는 시장방향에 자신을 가져도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엇갈리는 통계
EIA는 지난 17일 발표한 `주간 원유재고 동향` 보고서에서 원유재고가 30만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날 API는 원유공급이 140만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엇갈리는 보고에 대해 이코노미닷컴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소스튼 피셔는 "주간 원유재고 통계가 시장에 움직이는 변수가 되는 상황에서 원유 재고 통계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알라론 트레이딩의 선임 애널리스트인 필 플린은 "원유재고 통계 보고서가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EIA와 API의 통계 불일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3일, API는 원유재고가 1400만배럴 가까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EIA가 발표한 원유재고 감소폭은 300만배럴에 불과했다.
이와관련, 경제전문 사이트인 마켓워치는 미국의 대표적인 석유관련 기관의 통계가 이처럼 불일치하는 이유는 통계자료 수집 과정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IA가 맞나, API가 정확한가
와코비아의 이코노미스트인 제이슨 슈렌커는 EIA의 통계자료 조사에는 법적 강제의 성격이 있어 업체들이 정확하게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반면, API의 원유재고 집계는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API의 재고 통계 집계는 미국내 석유업체의 90% 가량이 참여하기 때문에 통계의 신뢰도가 높다고 API의 통계분석 담당 이사인 존 펠미는 밝혔다.
EIA의 주간 원유재고 전문가인 래리 앨버슨은 정유공장을 10곳 이상 가진 대형 정유회사들이 EIA에는 정보를 제공하지만, API 조사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참여기업은 다를 수 있지만, 설문참가 기업의 질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유선물 트레이더들은 누구의 통계를 거래에 주로 활용하고 있을까.
스트러티직 에너지 앤 이코노믹 리서치의 마이클 린치 대표는 "정부 보고서가 이론적으로 더 정확하다"면서 "그렇지만 EIA 통계가 포괄하는 범위는 미국내 정유회사의 90%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린치는 "API의 조사에는 대형 업체들이 정보제공에 보다 협조적이어서 API 통계를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API는 1929년부터 주간 원유재고 통계를 발표해왔고, EIA 통계는 1979년부터 시작됐다. 2년전 API는 EIA의 통계 발표 하루전인 화요일 오후에 주간 원유재고를 발표했으나, 지금은 EIA와 똑같이 오전 10시30분에 통계자료를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