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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초반부를 달리고 있는 ‘세자, 죽이기’는 사도세자의 ‘의대(衣帶)증’ 이면을 들여다본다. 의대증이란 옷 입기를 어려워하는 일종의 강박증을 말한다. 사서에서 사도세자는 의대증이 발병한 이후 옷을 갖춰입기 어려워했고 한 벌의 옷을 갈아입기 위해 수십 벌을 가져다두어야 했으며 나인과 내관들이 무수히 죽어나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리발 작가는 작중 흙수저 나인인 주인공 ‘제비’의 눈을 통해 궁에서 벌어지는 일과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많은 팬과 독자들은 조선시대 때 가장 약한 존재였던 여성이자 나인에 주목한 점을 높게 평가하는데, 작가는 그저 본인이 가장 쉽게 공감할 수 있어서라고 겸손해 했다. 남들이 다루지 않은 부분을 다루고 싶기도 했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크다면서 말이다.
세자, 죽이기를 그리고 있는 오리발 작가를 서면으로 인터뷰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자, 죽이기’를 처음 기획하게 된 계기는.
△전작에서 외국인 포로인 왕실 노예 이야기를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왕실 노비들에도 관심이 생겼다. ‘이 사람들에게 최악의 상사는 누구였을까?’를 생각해보다가 왕세자가 옷을 입지 못하고 궁인들을 때려죽였다는 이야기가 떠올랐고 그 순간 정말 최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료 수집 등 기획 및 준비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기획부터 런칭까지는 대략 1년 정도 걸린 것 같다. 국내 역사 자료는 접근성이 좋아서 답사도 쉽고 자료를 찾아보는 것도 비교적 편했다. 예전에 외국 책을 참고할 때는 대부분 원서였고 번역기도 지금처럼 편하지 않아서 직접 번역하거나 번역가에게 맡겨야 했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았다. 그때에 비하면 ‘한국인은 한국 역사 만화를 그리는 게 여러모로 합리적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여자, 나인. 조선시대에 가장 힘없고 약한 존재가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 악전고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내가 서민이라서 그런지 귀족이나 왕족의 삶에는 도무지 공감이 잘 안된다. 특히 조선은 너무 가까운 역사라 더 그랬다. 그래서 주인공을 약간 짜증이 누적된 현대 서비스직 사회인 같은 성격으로 설정했다. 내가 가장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현 시대에서 나인과 같은 존재가 있다면 누구라고 생각하나.
△서비스직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하실 것 같다. 가장 약한 사람에게도 변화의 힘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는데 유명인들이 갑질 문제로 한순간에 무너지는 사례들을 보면 그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알 수 있다.
-주인공 제비가 혼백들을 보면서 많은 도움을 받는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혼백의 구분 여부, 혹은 혼백의 움직임 등이 도움을 주는 것 같다.
△(혼백을 등장시키는)가장 큰 이유는 죽은 사람들을 작품 안에서 계속 잊지 않게 하기 위한 장치다. 제비를 영리한 인물로 설정하긴 했지만, 신분상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판을 뒤집기 어렵다고 느껴서 ‘특별한 힘’을 하나 쥐어주고 싶기도 했다. 또 실제로 당시 왕세자가 오컬트에 깊이 빠져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 흐름상으로도 필요한 요소였다.
-어느 정도까지 픽션인가.
△역사 사료를 만드는 작업은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90% 정도는 픽션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사건의 순서를 바꾸기도 하고 창작 인물을 넣기도 한다. 다만 고증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하려고 하는데 그게 ‘의무’라서라기보다는 그렇게 하는 쪽이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지기 때문이다. 역사물을 그리며 가장 어려운 점을 꼽자면 결국 고증일 것이다.
-작품의 진행은 현재 어느정도 수준까지 와있고, 계획은 몇부작으로 되어있나.
△아직 아주 초입부다. 전체 분량은 대략 100화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작품을 통해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기본적으로는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 다만 덧붙이자면, 세자에 대해서는 ‘불쌍하다’는 여론이 있는 반면 그에게 살해당한 사람들은 거의 조명되지 않는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 그 부분을 한 번쯤은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이전 작품인 하렘생존기, 비밀줄리엣 등 다양한 장르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다음에 그리고 싶은 아이템은.
△관심사가 다양하다기보다는 한 가지를 오래 깊게 좋아하지 못하는 편이다. 솔직히 다음에 뭘 그릴지는 저도 잘 모르겠다. 다만 요즘은 역사물에 꽤 빠져 있어서 당분간은 옛날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계속 그리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작가명을 오리발로 정한 이유는. 웹툰 작가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될 때가 있다면.
△원래 인터넷에서 쓰던 닉네임이었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는 말처럼 알리바이로 오리발을 내민다는 발상이 재미있어서 쓰게 됐고, 필명을 따로 정하지 못해 그대로 계속 쓰고 있다. 작가로서 가장 보람될 때는 독자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실 때다. 그럴 때마다 ‘그래도 조금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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