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들녘을 담은 건강주…능이·송이에 딸기 과실주까지 내국양조[전통주짐작]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영환 기자I 2025.09.07 09:02:12

능이·송이 약주로 이름 세우고 딸기 과실주로 확장
2012년 설립 내국양조, 문헌 복원 사훈
알코올 13% 살균약주 2종·50도 담금주 ‘강주’ 라인업 구축
설탕 무첨가 논산 딸기 저도주 개발 추진

짐작은 ‘헤아림’을 의미하는 단어로 술과 관련이 있습니다. 헤아릴 짐(斟), 따를 작(酌). 술병 속에 술이 얼마나 있는지 헤아린다는 뜻으로 ‘술을 남에게 잘 따라주는 일’에서 ‘상대를 고려하는 행위, 사안의 경중을 헤아리는 작업’까지 의미가 확장됐습니다. 우리 전통주, 잘 헤아려보겠습니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대둔산과 금강이 어우러진 들판. 계백의 혼과 예학의 기풍이 남은 충남 논산에서 ‘내국양조’가 문헌 속 ‘건강주’를 오늘의 술 문화로 되살리고 있다.

능이주(사진=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
‘내국’(內局)은 조선시대 궁중 건강기관을 뜻한다. 내국양조는 ‘전통주의 복원’을 사훈으로 2012년 11월 문을 열었다. 내국양조의 술은 집안 어른들이 약술과 과실주를 지하실에 모셔두고 귀한 손님에게 꺼내오던 풍경에서 비롯됐다. “약이 없던 시절 약술은 ‘백약지장(百藥之長)’이었다”는 기억을 토대로 이명자 대표가 건강을 배려한 술 빚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어왔다.

그 결과물이 대표 약주 ‘능이주’와 ‘송이주’다. 두 제품 모두 알코올 도수 13%의 살균약주로 한국인에게 친숙한 버섯 향을 중심에 세웠다.

능이주는 본초강목의 서술처럼 소화에 도움을 준다고 전해지는 능이버섯을 주재료로 삼는다. 발효가 잘 올라와 새콤한 산미가 뚜렷하고 능이 특유의 은은한 감칠맛이 쓴맛과 떫은 맛 없이 길게 이어진다. 맑고 투명한 황금빛이 잔에서 반짝인다.

송이주는 동의보감이 꼽은 ‘버섯의 으뜸’이라는 송이버섯을 담아 산림욕을 연상시키는 소나무 향이 인상적이다. 코끝에 길게 남는 잔향이 품격을 더한다. 능이주와 마찬가지로 맑은 황금색을 띤다.

음식 궁합도 분명하다. 능이주는 산미와 감칠맛이 기름진 음식의 느끼함을 잡아 삼계탕·오리고기·족발·모둠전과 잘 맞는다. 송이주는 싱그러운 향을 살려 회·스시·생선구이, 조개구이·해물탕 등 신선한 해산물과 조화를 이룬다. 재료의 결을 해치지 않고 풍미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한식 상차림에 어울리는 약주’라는 포지셔닝이다.

제조는 기본에 충실하다. 쌀을 세미·세척한 뒤 증자하고 냉각 후 입국을 만든다. 이후 1·2단 담금으로 기초를 세우고 능이주는 능이농축액과 약재를, 송이주는 송이·표고 등을 더해 각각의 핵심 향을 확보한다.

발효·숙성 과정을 거친 뒤 여과·제성·살균·병입까지 일련의 공정을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과한 당 분이나 인위적 향에 기대지 않고 원재료의 본맛을 끌어내는 접근이 내국양조의 정체성이다.

라인업의 축을 이루는 고도주 ‘강주’도 눈에 띈다. 50도 담금주로 100% 국내산 쌀만 발효해 깊이와 강렬함을 동시에 챙겼다. 높은 도수에 비해 알코올 향의 거슬림이 적어 가정용 담금주, 칵테일 베이스, 육수·찜·구이의 잡내 제거 등 ‘주방 만능 베이스’로 활용도가 높다.
송이주(사진=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
최근에는 지역 농산물로 스펙트럼을 넓히며 논산 딸기를 활용한 저도수 무설탕 과실주를 개발 중이다. 설탕을 더하지 않고 원료 자체의 당도와 산미를 살리는 방식으로, 논산이 가진 재배 적지(適地)의 장점을 술에 옮겨 담겠다는 전략이다.

내국양조는 앞으로도 ‘문헌 속 술의 현대적 복원’과 ‘지역 원물의 동시대적 해석’이라는 두 축을 병행한다.

딸기 과실주가 그 출발점이다. 논산은 일조량과 배수, 토양의 균형이 좋아 딸기 당도·향이 우수하다. 설탕 무첨가 저도주로 접근해 식전주·디저트주 수요까지 겨냥한다. 지역 대표 농산물과 전통주 양조 기술을 접목해 ‘논산의 맛’을 술 한 병에 응축하겠다는 복안이다.

한 병의 전통주는 지역의 흙과 물, 기후와 사람의 손길을 함께 담는다. 내국양조의 능이·송이 약주는 한국인의 입맛과 기억을 건드리는 향으로, 개발 중인 딸기 과실주는 지역과 계절을 잔 위로 불러올 예정이다. 전통의 품격을 지금의 식탁 위로 올리는 내국양조의 실험은 계속된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