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국세청 송무국의 이진혁 송무2과 법인3팀장은 2017년 이맘때 국세청에 입직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청에서 법무관으로 일한 인연이 시작이었다.
|
1건당 수백억, 수천억원의 혈세가 걸려 있다보니 소송에 임하는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다. 업무 강도도 상당한 편이다. 이 팀장은 “평소엔 정해진 근무시간보다 2~3시간 더 일하지만 3~4월, 10~11월처럼 재판이 몰리는 때엔 보통 아침 7시 반에 출근해서 자정께까지 일한다”고 했다.
이 팀장이 국세청에서 진행한 사건은 대략 400건. 패소한 사건이 드물어 ‘승소의 아이콘’이다. 특히 2014년 2월부터 지난해 가을까지 10년 이상을 끌며 5심까지 이어진 소송에 승리의 종지부를 찍었다. 국세청이 수천억원 체납자의 세금징수를 위해 그가 세운 홍콩법인의 보유 부동산·주식을 처분하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건 사건이었다.
국세청이 소송에서 패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대체로 법 시행령의 미비점이나 해석의 문제, 불복하는 납세자(기업)의 부실한 자료 제출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이 팀장은 설명했다. 그는 “5년 전에 500억원대 사건에서 졌을 때엔 타격이 컸다”며 “내가 어떤 점을 잘못했는지, 이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 건 아닌지 자책도 많이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돌이켜보면 조사 당시 소송기업의 자료제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입증자료가 부족했던 듯 싶다”며 “이제라도 다국적 기업의 자료제출을 압박할 수 있는 이행강제금제도가 도입돼 다행”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교롭게도 그때 소송기업과 다른 쟁점으로 법원에서 또 붙게 됐는데 감회가 새롭다”며 “전투력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했다.
대형로펌 등에서 수차례 영입제안을 받았을 법하지만 이 팀장은 “퇴사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사명감으로 공익을 실현하고 싶어서 고심 없이 국세청을 택했다”며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연봉은 조금 올랐으면 좋겠다”고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공무원 박봉은 사기업에 간 사법연수원 동기들 연봉과 비교하면 반의 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니 그럴 만도 하다.
이 팀장은 송무국을 국세청의 ‘중증외상센터’로 비유했다.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국가재정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란 이유에서다. 그는 “중증외상센터의 의료진이 부족하듯 이곳도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대형로펌 등이 기획소송을 걸고 우리가 정당하게 과세한 처분에 의구심을 품도록 법원을 흔들 때에 적극 대응할 수 있게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유야 제각각이겠지만 임기제로 일하다가 국세청을 떠나는 변호사들을 여럿 봤다”며 “사명감으로 일하는 변호사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도록 가능한 지원을 더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