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고수온 위기경보 두 달 넘게 이어져
폐사 양식어류 4038만마리 육박, 역대급 피해 우려
정부 기후변화 대응 TF 구성
"재해 빈도·강도 높아져, 대비 필요"
[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김미영 기자] 충남 태안군에서 가두리양식장을 운영하는 최오승(가명) 씨는 올해 여름 키우던 우럭 250t 중 200t가량을 잃었다고 했다. 최씨는 “20년 넘게 제 인생을 걸고 전 재산을 쏟아부은 양식장인데 30~40일 계속해서 죽은 우럭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며 “말이 200t이지 실제로 보면 엄청난 양이다. 피해액만도 대략 20억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도 안되는 치어 우럭을 키우면서 보내온 2~3년의 시간을 다 버렸다”며 “동네 분들 모두 비슷한 처지”라고 토로했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
올 여름, 사람도 견디지 못할 만큼의 폭염에 바다도 고수온 몸살을 앓았다. 10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7월 11일부터 시작된 고수온 위기경보는 이날까지 52일째 이어지는 중이다. 이로 인해 6월 11일부터 지난 9일까지 충남과 경남, 전남 등지 앞바다에서 폐사한 양식 생물은 총 4307만8000마리에 달한다. 피해액은 역대 최악이었던 2018년 기록(713억원)을 경신할 공산이 크다.
고수온의 피해는 양식업 어류를 떼죽음시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오징어, 명태와 같은 어종의 어획량 감소 등 어족자원을 바꾸고 우리의 식탁 물가를 끌어올린다. 노무라입깃해파리나 상어 등의 출몰이 잦아지면서 해수욕객의 안전뿐 아니라 바닷속 생태계도 위협한다. 태풍의 세력을 키우고 폭우와 같은 이상기후 발생 가능성을 높여 인명사고를 야기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바다의 고수온 현상이 ‘뉴노멀’이 돼가고 있단 점이다. 향후엔 고수온의 빈도가 더 잦아지고, 강도는 더욱 세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산화탄소 감축과 같은 노력으로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면 고수온 피해는 매년 여름 우리가 감당해야 할 정해진 수순이 된다.
해수부는 연말까지 수산분야 기후변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기후변화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인 대비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해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고수온은 어패류 폐사는 물론 질소·인 등의 영양분, 규조류나 플랑크톤과 같은 먹이망 등에도 영향을 줘 생태계 전반의 균형을 흔들 수 있다“며 ”해수면 상승과 같이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