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슈퍼사이클 온다"…반도체 펀드 조성나선 정부

박소영 기자I 2024.07.22 10:30:00

[반도체 투자 시대 성큼]①
경쟁력 강화 위해 정부 지원 늘릴 예정
성장금융·경기도 등 GP 선정해 펀드 조성
수요 늘어날 지금이 펀딩 늘릴 적기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김연지 기자] “반도체 섹터에 대한 투자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겁니다. 이제 겨우 새로운 슈퍼 사이클이 시작되는 단계에요.” 국내 반도체 시장이 저평가됐다며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가 전한 말이다.

실제로 올 2분기 실적발표에서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해 반도체 호황을 알렸다. 이어 올 상반기 국내 무역수지는 6년 만에 최대 규모 흑자를 달성했다. 반도체 수출은 657억달러(약 90조 6923억원)에 달해 지난해보다 52.5% 증가했다. 특히 6월에만 134억달러(약 18조 4974억원)를 달성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반등과 AI에 사용되는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가 수출을 견인했다.

다만 이런 우호적인 환경에도 국내 투자사들의 움직임은 다소 더딘 상태다. 정부 주도하에 각종 펀드 출자 사업이 조성되고 있지만 아직은 규모가 그닥 크지 않을뿐더러, 이를 뒷받침할 공공민간 펀드가 결성되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향후 1조원 규모의 관련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에 대한 낙수 효과로 하반기에는 민간 차원의 펀딩 결성 물결이 움틀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사진=아이클릭아트)
◇ 반도체 정책 펀드 속속 조성 물결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정책적으로 관련 펀드를 조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추세는 관련 대기업을 향한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과 세금 감면 혜택”이라며 “우리나라는 정책 펀드가 만들어져 관련 스타트업에게도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정부는 올해 전용 펀드를 조성해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 주제로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를 주재해 1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유망 팹리스와 소부장 기업이 글로벌 기업을 성장할 수 있도록 해당 펀드로 지원할 계획이다. 미니팹(fab·공장) 같은 기업이 공동으로 이용 가능한 연구 인프라도 기업이 원하는 수준으로 확충할 예정이다.

최근 출자사업의 최종 위탁운용사(GP)를 선정한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성장금융) 사례도 있다. 성장금융은 해당 출자 사업에 산업은행과 공동으로 주관하는 ‘반도체생태계펀드’를 포함시켰다. 총 7개 운용사가 도전해 비전에쿼티파트너스와 펜타스톤인베스트먼트 등 2곳이 최종 GP로 선정됐다. 이들은 성장금융과 산업은행으로부터 각각 150억원씩 300억원을 출자받게 됐다. 두 GP는 6개월 이내에 최소 300억원 규모의 자펀드를 결성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경기도는 반도체 분야를 중점으로 한 300억원 규모의 ‘미래성장펀드 6호(G-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최종 GP로 선정된 곳은 경기도 기반 시스템 반도체, 반도체 장비, 반도체 관련 소부장 등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 투자하게 된다.

◇ ‘우상향’ 담보된 신규 먹거리…선점 필요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정부 지원에 발맞춰 이를 뒷받침할 민간 규모가 확대될 적기라고 보고 있다. 게다가 전산업에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됨에 따라 이를 뒷받침하는 반도체 섹터가 신규 투자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 따르면 올해 전세계 AI 반도체 시장 매출은 전년 536억 6000만달러(74조 1045억원) 대비 33% 증가한 총 710억달러(약 9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반도체가 들어가는 디바이스 종류의 증가 △각 디바이스 당 들어가는 반도체의 증가 △가격을 낮춘 새로운 종류의 반도체 개발 등으로 관련 산업이 폭발적인 성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요약하자면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관련 시장 규모가 우상향 사이클로 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재 반도체 칩이 들어가는 디바이스는 크게 PC와 모바일 기기 등이다. 이제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율주행차량, 로봇, 데이터센터 등 곳곳에서 반도체가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늘어난 디바이스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선 더 많은 반도체 칩이 필요하다. 동시에 활용되는 분야에 맞춰 가격은 낮추고 성능은 높인 새로운 반도체가 개발될 것이라는 분석이 곁들여진다.

이때 한국 반도체가 세계 수준에 올라선 만큼, 자본시장도 펀드 조성 등으로 이를 뒷받침할 토대를 만들면 한국이 반도체 산업의 패권을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가 반도체 산업에 지원금을 살포할 뿐, 우리나라처럼 전용 펀드를 만드는 나라는 극히 일부”라며 “이럴 때일수록 펀드 조성 규모를 늘리고 관련 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유니콘으로 만들어 승기를 거머쥐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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