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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들은 A단체의 한정후견을 받고 있는 정신지체장애인들이다. 한정후견은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법률 행위 등 후견 사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당시 우체국은 한정후견 결정을 받은 정신지체장애인이 돈을 인출할 때 현금카드나 인터넷뱅킹이 아닌 반드시 창구를 통해 거래하도록 했다. 아울러 인출일 이전부터 30일 합산한 금액이 100만원을 넘으면 한정후견인이 창구까지 동행해야 한다. 한정후견인이 서면 동의서를 제출해도 인정하지 않았다.
고씨 등은 우체국의 이같은 행위가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인출일 이전부터 30일 합산한 금액이 100만원 미만인 경우 우체국 창구 이외에도 현금자동입출금기, 컴퓨터, 전화 등을 통해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30일 합산 금액이 1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일 경우 한정후견인에게 받은 서면동의서가 있으면 혼자 은행거래를 할 수 있게 규정을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1심 재판부는 우체국의 이 같은 행위는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우체국을 제외한 은행들은 100만원 이상 거래의 경우 한정후견인의 동의서를 요구할 뿐 동행을 무조건 요구하지 않는다”며 “우체국의 조치는 지적장애를 사유로 비장애인과는 동등하지 않은 편익을 제공함으로써 장애인을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우체국이 고씨 등에게 100만원 이상 거래의 경우 한정후견인의 서면 동의서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한정후견인과 동행하게 한 것을 중지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우체국이 100만원 미만 시 창구를 통해서만 거래하도록 한 행위에 대해서도 행위능력에 제한이 없음에도 현금지급기 등 이용을 제한했기 때문에 차별에 해당한다고 봤다. 아울러 우체국 은행이 차별 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가한 것과 관련해 원고 1인당 50만원씩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다만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정신장애인을 위한 금융거래 가이드를 마련하라는 청구에 대해서는 우체국에 이미 시정명령을 내린 만큼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취지로 기각했다.
2심에서도 차별 중지 명령은 유지됐다. 다만 1심 판결 이후 피한정후견인의 우체국 예금 거래에 관한 업무를 개선해 2020년 6월부터는 차별을 멈춘 점을 고려, 배상금 액수를 1인당 20만원으로 줄였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수긍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정당한 사유 및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한 차별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