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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한국에는 3대 불고기가 있다. 서울식과 광양식, 그리고 언양식 불고기다. 서울불고기는 육수가 자작하고 채소와 당면이 들어가는 게 특징이다. 광양불고기는 주문 즉시 양념한 다음 석쇠에 구워 먹고, 언양불고기는 미리 양념에 재워놓아 숙성한 불고기를 석쇠에 구워서 내놓는다.
이번에 소개할 주인공은 울산시 언양의 대표 음식인 언양불고기다. 1960년대 당시 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했던 근로자들이 언양의 고기 맛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채굴이 한창이던 자수정 광산 개발도 언양불고기 이름을 알리는데 한몫했다. 당시 자수정 값이 꽤 비싼 덕에 언양은 다른 지역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했다. 이곳 주민들은 농담 반 진담 반 섞어 “광산에서 자수정 한개를 주워와 불고기와 바꿔 먹었다”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2003년부터 언양에 KTX 울산역이 들어서면서 언양불고기를 찾는 사람이 이전보다 많이 늘어나면서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언양불고기의 맛의 비결은 먼저 신선한 원재료에서 찾을 수 있다. 언양불고기에 사용하는 한우는 보통 송아지 1~3마리를 낳은 3~4년생 암소고기를 사용하는데, 도축한 지 24시간 이내의 싱싱한 고기를 사용해야 제맛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질 좋은 고기를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언양의 지리적 요인과 연관된다. 언양은 예부터 한우로 유명했던 고장이다.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 상류의 깨끗한 물이 있고, 풍부하고 드넓은 초지가 많아 소를 키우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언양에 큰 우시장이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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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양념에 있다. 언양불고기는 너비아니에서 진화한 음식이다. 한우를 얇게 저며 잔칼질로 자근자근 연하게 다진 뒤 양념에 재워 굽는 너비아니와 달리 언양불고기는 칼로 저미는 대신 간장과 마늘 등 최소한의 양념만을 사용해 고기 자체의 맛을 살렸다.
세번째는 굽는 방식이다. 언양불고기는 양념한 고기를 불판에 굽지 않고 석쇠에 타지 않도록 살짝 굽는 것이 특징이다. 또 고기를 굽는 동안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백탄을 사용한다. 이렇게 구워 낸 불고기는 울주 특산품인 배, 버섯, 마늘 등과 함께 어우러져 한상차림에 오른다. 여기에 ‘언양 미나리’까지 곁들이면 그 맛이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