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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잭슨씨는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하고도 백악관을 떠나지 않고, 트럼프 지지자들은 전쟁을 벌일 것”이라며 “그건 최악의 악몽”이라고 했다. 잭슨씨는 비공식 민병대와 백인우월주의자들을 걱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이 이들로 인한 소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50대 지니 데이비스씨는 생각이 다르다.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 슬로건이 박힌 모자를 쓴 그는 “민주당원들은 조 바이든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했다. “마치 내전과 같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최근 미국 전역을 돌며 유권자들을 만난 후 전한 소식의 일부다. ‘전대미문의 혼돈과 혼란’ ‘전례가 없는 깜깜이 선거’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 아니다. 미국이 둘로 쪼개지다 못해 폭력 사태까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판을 흔들 이슈는 무엇일까.
◇①대선 불복 가능성
가장 파급력이 큰 변수는 초유의 대선 불복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우편투표의 부정 가능성을 들어 대선 불복을 시사해 왔다. 두 후보 간 득표수 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가 조작됐다며 재검표를 요구하는 등 소송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미국 대선은 한쪽이 패배를 인정해야 결론이 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후보가 압승해야만 그나마 혼란을 줄일 수 있는데, 최근 두 후보간 여론조사상 지지율 격차는 10%포인트 정도다. 압승이라고 단정 짓기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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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에는 더 무시무시한 시나리오까지 돌고 있다. 대선 불복에 이은 미국내 무력 충돌 가능성이다. 심지어 내전 수준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인 우월주의 성향의 비공식 민병대원이 현재 300여개 단체에서 2만여명 활동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차 TV토론 당시 “프라우드 보이즈(proud boys.좌파 시위대와 물리적 충돌을 빚었던 백인우월주의단체), 뒤로 물러서 대기하라(Stand back and stand by)”라고 말한 것을 두고, 이들의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LAT가 전한 잭슨씨와 데이비드씨의 걱정이 결코 과하지만은 않은 셈이다.
◇②코로나 2차 팬데믹
코로나19는 당연하게도 대선을 전방위적으로 흔들 변수다. 무엇보다 대선 불복 가능성이 불거진 게 팬데믹으로 인한 우편투표 확대 때문이다. 워싱턴 정가 등에 따르면 우편투표는 집배원이 각 가구에 투표용지를 전달하면서 구조다. 이를 관리하는 공무원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투표용지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선거 발언을 마냥 무시하기 어려운 이유이자, 대선 불복 이슈가 파괴력을 갖고 있는 이유다.
또 주목해야 할 점은 2차 팬데믹 가능성이다. CNN이 17일(현지시간) 존스홉킨스대 통계를 인용한 보도를 보면, 지난 16일 기준 미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6만9000명을 넘었다. 7월 말 이후 최대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국 국립보건원(NIH) 원장은 “추운 날씨로 인해 사람들이 실내에 머물면서 코로나19 감염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했다. 만에 하나 봄철과 같은 방역 혼돈이 찾아온다면 대선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③우크라이나 스캔들
대선 막판 터져나온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추이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일간 뉴욕포스트가 △바이든 후보의 차남 헌터 바이든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코카인을 흡입하며 한 여성과 성행위를 하는 동영상 △한때 헌터를 임원으로 채용했던 우크라이나 에너지업체 부리스마의 대표가 바이든 후보를 만났다는 걸 시사하는 이메일 등이 담긴 하드디스크를 입수했다며 보도한 게 발단이다. 헌터가 받은 이메일 내용이 사실일 경우 그가 부친의 영향력을 이용했을 수 있다.
헌터는 2014년 코카인 양성 반응을 보여 해군 예비군에서 불명예 전역했다.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을 지내며 바이든 후보의 정치적 후계자로 꼽히다가 2015년 세상을 떠난 장남 보 바이든과 대조를 이룬 이른바 ‘문제아’였다. 그랬던 차남이 다시 부친의 대선 한복판까지 끌려나온 셈이다.
워싱턴 정가는 대선이 불과 2주 남짓 남은 와중에 ‘헌터 악재’가 바이든 후보에 얼마나 타격을 줄지 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정치 공작일 수 있다는 관측 역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