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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정기예금에 돈이 몰리고 있다. 한 달 사이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에만 7조원 이상 추가 유입됐다. 은행이 자금 확보차 금리를 올린 데다 고객도 시장을 관망하려 한데 따른 것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인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605조 5474억원으로 파악됐다. 한 달 전인 지난해 말(598조3871억원)보다 7조1603억원 증가한 수치다.
하나은행(119조9213억원→119조4612억원)을 뺀 모든 은행의 정기예금이 더 늘었다. 국민은행은 127조4119억원에서 128조6967억원으로 확대됐고, 농협은행(130조1467억원→133조5666억원)도 3조원 이상 늘었다.
정기예금이 증가하는 건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2% 이상~3% 미만 정기예금 금리의 비중은 전체의 67.2%로 나타났다. 2015년 2월(69.0%) 이후 거의 4년 만의 최고치다. 지난달에는 70%를 훌쩍 넘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를테면 국민은행은 6개월 만기의 ‘공동구매 정기예금’을 최고 연 2.10%에 팔고 있다. 우리은행이 내놓은 ‘120년 고객동행 정기예금’의 금리는 최고 연 2.40%다. SC제일은행의 디지털 전용 정기예금인 ‘e-그린세이브예금’은 1년 만기로 연 2.3%에 팔렸다.
은행 입장에서 정기예금을 늘릴 유인도 커졌다.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강화된 예대율 규제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각 시중은행이 정기예금 등을 통해 예수금을 늘리고 있는 이유다. 예대율은 은행의 원화대출금을 원화예수금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최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주요 고객들이 올해 들어 안전자산이면서 단기상품인 정기예금에 가입한 후 자산시장을 관망하려 한다는 게 다수 자산관리전문가(PB)들의 얘기다.
정기예금이 늘어난 대신 정기적금은 감소한 게 그 방증이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37조2272억원으로, 전월 말(37조8022억원)과 비교해 5750억원 줄었다. 돈이 어딘가 투자되지 못하고 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자산시장의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만기가 짧은 상품에 돈이 몰리는 게 경제 전반이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