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보물전-이집트 미라 한국에 오다' 전
미국 브루클린미술관 이집트 유물 230여점 전시
따오기, 고양이 등 동물 미라 눈길
국립중앙박물관 4월 9일까지
| 이집트 프롤레마이오스시대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는 ‘따오기의 관’(사진=국립중앙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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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수정에 금으로 테두리를 둘러 눈을 만들었다. 몸은 도금해 황금색으로 빛난다. 은으로 된 다리와 발끝의 섬세한 묘사는 마치 살아 있는 따오기를 보는 듯하다. 기원전 305년부터 285년간 이어진 이집트 프롤레마이오스시대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는 ‘따오기의 관’은 미국 브루클린미술관이 소장한 이집트 관련 유물 가운데서도 특히 돋보이는 유물로 꼽힌다. 따오기는 이집트에서 달과 문자, 지혜의 신으로 알려진 토트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이집트인은 따오기가 죽으면 미라로 만들어 부장품으로 함께 묻었다.
따오기뿐만이 아니었다. 고양이는 이집트문명을 상징하는 동물처럼 여겼다. 이집트인은 숱한 동물 가운데서도 고양이를 주로 미라로 만들었다. 기원전 664∼332년인 이집트 후기왕조시대 나무로 만든 것으로 추정하는 ‘고양이의 관’은 마치 고양이가 살아 있는 듯한 모양새다. ‘고양이의 관’ 안에 있던 고양이 미라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고대 이집트의 고양이와 오늘날 집 고양이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이 내년 4월 9일까지 여는 ‘이집트 보물전-이집트 미라 한국에 오다’(이하 ‘이집트 보물전’)은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인 이집트문명의 속살을 엿볼 수 있는 전시다. 2009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의 소장품으로 꾸몄던 ‘파라오와 미라’ 전과 달리 ‘이집트 보물전’은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박물관 소장의 이집트 유물 230여점을 옮겨와 전시를 마련했다. 브루클린미술관의 이집트 유물은 특히 동물 미라에 특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라는 피라미드와 함께 이집트문명을 상징한다. 죽은 사람의 시체에서 장기를 빼낸 후 건조해 아마포 등으로 감싸 만든 미라는 영생을 꿈꾼 이집트인의 내세관에서 비롯했다. 이집트신화에서 풍요의 신이었던 오시리스는 동생인 세스에게 살해당하지만 아내인 이시스의 도움으로 되살아나 지하세계 통치자가 된다. 이집트인은 오리리스를 통해 사후세계가 생겨났으며 육신을 미라로 만들어 사후 영생을 바랐다는 것이다.
이집트인은 동물을 단순히 가축으로 여기지 않았다. 당시 이집트인은 사람과 동물은 동등한 존재로 받아들였다. 또한 동물은 신과 인간 사이를 이어준다고 생각했다. 이집트문명이 남긴 회화 등에 유독 동물가면을 쓴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다.
전시장에는 사람으로 만든 미라와 미라를 안치했던 대형 관을 비롯해 이집트의 뛰어난 문명을 보여주는 각종 금속공예품도 선을 보인다. 수 천년 전 만들었지만 촌스럽거나 투박하지 않은 이집트인의 공예품은 볼수록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역시 동물 미라다. 따오기, 쥐, 고양이, 뱀, 악어 등 동물 미라 31점과 미라로 제작한 동물 미라의 성격과 과학적 분석자료를 소개하는 영상을 보면 동물과 공존했던 이집트인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다.
전시를 준비한 구문경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는 “동물 미라는 고대문명 중에서 이집트만이 가지는 독특한 문화유산”이라며 “지금까지 확인된 수천만 구에 달하는 동물 미라는 이집트인이 식량으로서의 가치보다 더 값진 의미를 가진 존재로서 동물을 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성인 1만 3000원, 대학생과 청소년 1만 1000원, 초등학생 8000원.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엔 50% 할인한다.
| 이집트 후기왕조 시대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는 ‘고양이의 관’(사진=국립중앙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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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세기 로마시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하는 ‘남성 미라 가면’ (사진=국립중앙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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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원전 768~545년 만든 것으로 추정하는 나무 관(사진=국립중앙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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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원전 768~545년 만든 것으로 추정하는 미라(사진=국립중앙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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