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미래에셋증권 전국 지점은 ‘미래에셋인사이트혼합형’ 펀드에 가입하려는 투자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난 10월22일부터 판매를 시작해 한달여만에 설정액 4조원을 돌파하며 최단 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펀드 기록을 세웠다. 상황이 이쯤 되자 D증권 한 지점은 대형 현수막을 내 걸었다. “우리도 미래에셋 인사이트, 차이나솔로몬 펀드팝니다” 미래에셋 펀드라고 미래에셋증권에서만 가입하는 것은 아니니 번잡한 미래에셋증권 지점 말고 자신들의 지점으로 와달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2007년 전체 펀드계좌 수는 2000만개에 육박했다. 국민 총가구 수(1641만가구)를 훌쩍 넘어섬으로써 ‘1가구 1 펀드’ 시대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2006년 말 46조원이었던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2007년에 110조원으로 불어났다. 펀드가 시중 자금을 대거 빨아들이면서 코스피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2000선을 돌파했다.
2007년 펀드 시장은 이렇게 활짝 꽃을 피웠다. 중국 증시가 급등하면서 중국펀드가 소위 대박을 냈다. 러시아, 브라질 등 ‘자원 부국에 투자해야 한다’는 바람이 불면서 `러브펀드`도 중국펀드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듬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고 펀드 수익률은 반토막 났다. 2009년 3월 인사이트 펀드는 설정 이후 수익률이 -50%를 기록했다. 펀드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은 사라졌고 2008년 2500만개를 돌파했던 펀드 계좌 수는 2014년 1430만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펀드 설정액은 130조원에서 60조원선으로 쪼그라들었다.
|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흐름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중 자금을 펀드시장으로 돌리고 싶어 하는 배경에는 날로 급증하는 가계부채 문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1200조원이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는 이미 내수경기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가계의 재산을 늘리는 방법이 유용하다”며 “국민재산 증식을 위해 펀드상품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펀드 상품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자산운용업계도 간접투자 문화가 확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이자는 이미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에 들어선 셈이다. 운용업계는 사모펀드에 일반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공모 재간접 펀드가 시장 활성화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공모 재간접펀드는 투자기간 1년을 놓고 보면 손실을 볼 확률이 낮은 투자상품이 될 수 있다”며 “믿을 수 있는 운용사가 모여 장기적으로 수익을 꾸준히 낼 수 있는 공모 재간접펀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소액으로도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이유는 사모펀드가 공모펀드보다 수익을 내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는 달리 다양한 운용전략을 사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 덕분에 사모펀드로 시중자금이 몰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기준 국내 사모펀드 수탁고는 212조원으로 지난 1년 동안 19.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공모펀드 수탁고는 4.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사모펀드 인기가 높아져도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 이상이면 일반 투자자는 접근하기가 만만치 않다. 공모 재간접펀드는 500만원만 있어도 가입할 수 있다. 공모 재간접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는 개인 자금을 모아 사모펀드에 분산 투자해 위험은 줄이고 수익은 높일 수 있다. 이제 소액 투자자도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 셈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