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본격화한 추경 논의, 대선 표낚기용 집행은 안 된다

논설 위원I 2025.01.23 05:00:00
추가경정예산(추경)편성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20조원 이상의 추경을 추진 중인 데 이어 정부·여당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그제 국무회의에서 “민생 지원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추경보다는 예산의 상반기 조기 집행을 강조했던 지금까지의 방침에서 선회했음을 암시한 셈이다.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 요건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제 위기 등으로 엄격히 제한돼 있다,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도록 세금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하지만 최근의 경제 상황은 위기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만 2000명이 줄면서 3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쳤다. 생산·소비·투자 등 각 부문에도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개월 전보다 0.2~0.3%포인트 낮춰잡은 한국은행은 이창용 총재가 이미 “당연히 추경을 해야 한다”며 “빨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핵심은 규모와 씀씀이다. 민주당 민생경제회복단장인 허영 의원은 “20조원을 기본 출발선으로 한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30조원 이상의 슈퍼 추경을 주장하고 있다. 이 총재가 “15조원에서 20조원 규모가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20조원 안팎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가 난 상황에서 적자 국채로 추경 재원을 메울 수밖에 없다. 국채 금리 상승과 기업 투자 위축, 국가 신용등급에 대한 부정적 영향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감수해야 할 게 뻔하다.

민주당이 추경 추진과 함께 지역화폐로 ‘전 국민 25만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이래서는 곤란하다. 지역화폐는 물론 전 국민지원금 지급 효과에 대한 비판과 논란이 무성한 상태에서 이는 대선용 선심 공세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추경은 일자리 확충, 소상공인 지원 등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사업과 경기 회복에 필요한 순으로 선별 집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나랏빚으로 마련한 추경을 표낚기 수단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