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 이번 총선의 특징을 보면 전직 단체장 출신들이 많다는 점이다. 민선7기 대전시정을 이끌었던 허태정 전 대전시장을 비롯해 양승조 전 충남지사, 같은 시기 구청장을 역임한 황인호 전 동구청장, 장종태 전 서구청장, 박정현 전 대덕구청장 등이 대표적 인사들이다. 이들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각각 유성구을, 충남 천안시을, 동구, 서구갑, 대덕구 등 지역구를 겨냥해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유일하게 재선에 성공한 정용래 유성구청장을 제외하고 직전 시장·도지사·구청장이 모두 총선에 뛰어든 것이다. 여기에 한현택 전 동구청장과 진동규 전 유성구청장 등도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동구와 유성구갑에서 출마할 채비를 하고 있다.
지방정부를 이끌었던 수장들이 총선에 나가 국가 전체의 살림살이를 직접 챙겨 보고 지역 발전을 이끈다는 것이 출마의 변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지역 유권자들의 시선은 그리 유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후 다음번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것이 아닌 대의명분이나 유권자들의 요구도 없이 단순히 지역에서 타 후보에 비해 높은 인지도만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면 2년 후인 2026년으로 예정된 지방선거에서 국회의원 사퇴 후 단체장으로 다시 출마하는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또 몇몇 후보들은 10여년 전부터 총선과 지방선거를 번갈아가며 계속 출마하는 등 직업이 후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대통령 선거를 제외한 모든 선거에 출마하다 보니 특정정당의 후보는 아무개라는 공식이 나오고 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경선에 나왔다가 떨어지자 기초단체장으로 돌연 체급을 바꿔 출마하는 등 최소한의 원칙과 상식을 벗어나는 일들이 지역 선거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지역에서의 계속된 출마로 인지도는 높고 같은 정당에서 오랫동안 알고 있는 인사가 당내 경쟁에 뛰어들면 어떤 경선룰에서도 이기고 본선에서 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해 소속 정당을 비롯해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개혁적인 인사가 번번이 당내 경선에서 탈락하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지역 정치판의 고인물들이 정치 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바람을 외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정치불신으로 이어지는 동시에 개혁적인 인사들이 정치권에 유입되는 것을 막는 걸림돌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동일 지역구에서 3번 이상 낙선한 후보의 공천을 배제해 큰 성공을 거뒀다. 여야 모두 이번 총선에서 자신의 인지도만을 내세우며 어떤 명분도 없이 모든 선거에 기웃거리는 인사들을 제어할 수 있는 묘수를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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