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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무력 분쟁이 발생하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더 위축할 수 있다는 점도 우리 증시에는 악재다. 벌써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1거래일째 ‘팔자’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다만 한편에서는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해당 지역에 국한하고 국제 유가 상승도 제한돼 국내 증시에 큰 타격은 없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증시 변동성 우려 커져
이스라엘이 지난 7일 기습공격을 해온 하마스를 상대로 공식 전쟁을 선포하며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을 지원했다는 얘기에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금융 시장의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양국의 갈등이 곧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달 들어 10달러 이상 내리며 80달러를 웃도는 수준에 머물렀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9일 전날 대비 3~4% 상승하며 83~86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 상승은 국내 증시에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고금리 정책 장기화에 쐐기를 박을 수 있어서다. 특히 미국의 국채 금리가 예상보다 높게 치솟으며 오히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중단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상황에서 이번 전쟁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쟁은 국내 증시를 압박해온 또 다른 요소인 ‘강달러’까지 부추길 수 있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할수록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현상이 강해진다. 반면 전쟁 장기화로 국제 정세 불확실성이 커지면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는 더 얼어붙어 우리 증시에는 여러 상황이 악재라는 분석이다.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사그라지며 이달에만 우리 증시에서 4조원을 넘게 팔아치운 외국인의 순매도를 부채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쟁 변수 제한적이라면…금리 인상 종료 전망도
다만 이번 전쟁이 이스라엘이 아랍권 국가들과 벌이는 전쟁이 아니라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불안정했던 증시도 3분기 실적발표를 기점으로 반등을 노려볼 수 있을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를 현재 85달러에서 10~20% 더 올려 배럴당 100달러 약간 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국제 유가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경우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이 종료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글로벌 채권금리의 벤치마킹 지표인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4.85%까지 치솟자 미국에서도 금리 인상이 더는 필요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채권시장이 최근 상당히 긴축됐다”며 “이는 1회 금리 인상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장기 국채금리 상승이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나타내 연준이 추가로 긴축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여전히 미국 고용시장이 탄탄하다는 지표가 나왔지만 착시효과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타이트한 노동시장이 지속되면서 미국 연준 긴축이 보다 오랫동안 계속할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면서도 “고용시장 추세는 서서히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미국채 금리 상황과 12일 예정된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을 살펴 투자에 나설 것을 조언하고 있다. 그간 증시를 괴롭힌 금리 변수가 점차 완화하면 펀더멘털 개선 여부로 초점이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채 금리 급등세 진정과 한국 펀더멘털 동력은 커지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 급등 진정으로 외국인 수급도 우호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