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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해서 마련한 우리 집, 500m 밑으로
영화 ‘싱크홀’은 싱크홀에 빠져 땅속 500m까지 내려간 빌라에서 주인공 일행들이 겪는 탈출기를 그렸습니다.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로 힘들게 출퇴근하던 박동원은 대출을 ‘풀로 땡겨서’ 서울의 신축 빌라로 이사 옵니다. 빌라가 위치한 지역은 장수동, 공단이 위치한 낙후한 지역 아니냐는 동료들의 지적에 ‘친환경 동네’라며 애써 위안을 삼습니다. 어찌됐든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우리 집’이니까요.
그런데 이사 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이상한 징후들이 보입니다. 집이 기울면 창틀이 틀어진다고 하는데 창문이 뻑뻑해져서 잘 열리지 않고 아들 수찬(김건우)이가 거실에 구슬을 놓으니 한쪽으로 주르륵 굴러갑니다. 동원은 집에 하자가 있다는 불안감을 감지하게 됩니다.
김승현(이광수) 대리 등 동원의 직장 동료들이 빌라에 머물고 있던 사이 갑자기 싱크홀이 발생해 빌라는 땅속으로 꺼집니다. 이때부터 일행들의 눈물겨운 탈출기가 시작됩니다.
보통 재난 영화는 극적인 효과 속에서 주인공들의 역경이 두드러지지만 이 영화는 굳이 분위기를 무겁게 가져가지 않습니다. 수백미터 밑으로 빌라 한 개 동이 통째로 떨어졌는데 대규모 참사도 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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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가 땅속으로 사라진다는 시도는 신선하지만 무기력한 정부, 자식들을 찾는 부성애와 모성애, 일행들을 살리기 위한 희생정신, 간간이 소소하게 터지는 코믹 요소들은 흥행에는 다소 모자랐던 게 사실입니다.
물에 빠질 위기에 처한 일행들이 노란 물탱크 안에 들어가 탈출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긴 합니다. 싱크홀에서 죽다 살아난 김 대리 부부가 어디든 갈 수 있는 캠핑카를 거처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영화는 끝이 납니다.
◇길거리 쫓겨날 처지의 피해자들, 지원 어떻게
영화는 유쾌하게 마무리를 짓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싱크홀로 내 집을 잃은 동원은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우리 주변에는 살고 있던 집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바로 전세 사기로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입니다. 무책임하게 빌라 같은 주택을 수십~수백채 사들여놓고선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매매가격보다 전세가격이 높은 ‘깡통전세’를 내놨던 집단들의 폐해가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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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빌라 가격이 떨어지자 자본금도 얼마 없이 수백채 빌라를 사들인 ‘빌라왕’ 조직들은 대출 연체, 세급 체납 등의 위기에 놓입니다.
이들이 파산 절차를 밟게 되면서 문제는 더욱 커집니다. 전세 보증금을 내고 살고 있던 임차인들은 집주인이 파산하면서 살고 있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됩니다. 전세 사기 조직들이 깡통전세를 담보로 금융기관에 대출을 받았던 것의 역풍이 불어온 것이죠.
수백채의 무갭투자 사례가 속속 나왔지만 미온적인 대처를 보이던 정부는 피해자들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습니다. 금융권에게 전세 사기 관련 주택의 경매를 일단 유예하고, 피해자들에게 저금리의 대출 등을 지원하는 방안입니다.
금융권도 경매 유예와 함께 피해자에 대한 금융 지원, 보험료 납부 유예, 카드 대금 납부 유예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내놓습니다. 전세 사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만큼 앞장선 것이지만 피해자들이 집을 되찾을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을 한순간에 잃지 않기 위해 예방에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전세 계약을 맺을 때는 근저당 등 권리 관계를 확실히 파악하고, 전세 대출 보증에도 가입하는 게 좋겠죠. 아울러 피해자들이 온전한 삶을 찾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도 빨리 나오길 바랍니다.
[영화 평점 2.0점, 경제 평점 2.5점(5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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