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위생사가 마취주사 놓았다가 벌금형…대법 “의료법 위반”

박정수 기자I 2023.03.08 06:00:05

무통마취기 사용해 치과위생사가 주사
치료 후 혀 감각에 문제 생겨 치과에 항의
치과 측 보건소 조사 후 말 바꿔…“마취주사 잡고 있었을 뿐”
1·2·3심 모두 의료법 위반…초범 고려해 300만 벌금형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치과를 방문한 환자 잇몸에 치과위생사가 마취주사를 놓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에 대해 대법원이 벌금형을 확정했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치과의사 A씨와 치과위생사 B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환자 C씨는 2018년 6월 15일 사랑니 발치를 위해 경상남도 김해시의 한 치과를 방문했다. 첫 번째 방문했을 때에는 치과의사인 A씨가 직접 마취주사를 놓은 후 사랑니를 발치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방문 때는 무통마취기로 잇몸 부위를 마취한 후 치료를 받았다.

다만 이 사건 마취주사 후 혀 감각에 문제가 생긴 C씨는 치과의사인 A씨를 찾아가 대책을 요구했다. 환자 C씨는 무통마취기를 사용한 두 번의 마취는 모두 여자 치위생사(피고인 B)가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치과의사 A씨는 환자 C씨에게 마취주사로 혀 감각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면서 “저희 환자들한테 일반적으로 마취하는 곳은 비슷하거든요”라는 내용으로 말하자 C씨는 치과의사가 직접 마취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A씨는 “제가 그 마취하신 분에게 말씀드려볼게요. 어디에 마취했는지 보여 드릴게요”, “그러니까 그날을 기억할 것 아닙니까, 마취하신 분은”이라고 하며 당시 마취시술을 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또 환자 C씨의 남편이 이 사건 이후 치과를 방문해 치과의사 A씨에게 “마취를 놓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놓았습니까”라고 묻자, A씨는 “위생사가 놓았습니다. 마취는 제가 놓아야 합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후 보건소 공무원은 2019년 5월 15일 이 사건 조사를 위해 치과를 방문했는데, 당시 치과의사 A씨는 “바쁠 때는 치위생사가 단독으로 마취행위를 하기도 했다. 마취부위, 즉 포지션 역시 자신이 잡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보건소 공무원이 “마취가 의사 고유 업무인데 어떻게 치위생사가 할 수 있느냐, 이것은 죄가 크다”라는 말에도 A씨는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이 사건에 관해 순순히 시인했다.

하지만 피고인들은 2019년 5월 16일 보건소 방문 이후부터 치과위생사 B씨가 마취주사기를 잡고 있었을 뿐이고, 그간 마취주사기를 잡고 있었던 것을 시인했을 뿐이라고 진술하기 시작했다.

1심에서 피고인들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며 치과의사 A씨와 치과위생사 B씨에게 각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과 같은 무면허 의료행위는 국민의 보건에 중대한 위험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봤다. 다만 피고인들은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들어 벌금형을 내렸다.

2심도 환자가 도포로 눈이 가려진 상태에서도 적어도 자신에게 시술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충분히 구분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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