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 겸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2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인데 대주주 할증과세를 적용하면 60%까지 올라간다. 기업 규모가 커지며 자산 내 주식 비중이 커지는데 지분으로 상속세를 감당해야 해 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경영권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00년 지금의 세율로 고정된 이후 20년 넘게 그대로인 상속세제도를 현 상황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오 교수는 상속세 과세에 이중과세의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적법하게 소득세를 내고 상속을 하는 것인데 상속인이 추가로 세금을 내는 방식임에도 상속세 최고세율은 소득세 최고세율인 45%보다 5%포인트 높다”며 “상속세를 폐지하지 않더라도 최고세율을 30%로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금이라는 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쓸 재원을 거두는 것인데 너무 많은 부담을 주거나 합리적으로 부담시키는 게 아니라면 기업 승계과정에서 곤란해진다”며 “장기적인 목표는 상속세 폐지로 둬야 하며 자본이득세(일종의 양도소득세)로의 대체도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자본이득세는 상속받은 재산을 물려받을 때가 아닌 추후 처분할 때 과세하는 방식이다.
오 교수는 “그간 상속세 완화·폐지가 언급될 때마다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좌절됐지만 최근 집값이 올라 더 많은 국민이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어 상속세 완화를 논의해야 할 시기”라고 거듭 역설했다.
그는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가업 승계 시 혜택으로 적용되는 가업상속제도의 상속공제 기준 완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고용 유지와 업종 변경, 최대주주 지분율, 자산 유지 등 사전·사후 관리 요건 같은 제도 탓에 2011~2019년 한국의 가업상속공제제도 평균 이용건수는 85건, 공제금액은 2365억원에 그치며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과세형평성을 위해 현행 상속세의 과세방식을 상속인이 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책정하는 유산취득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상속세는 유산세 방식인데, 이는 상속인이 여러 명인 경우 각자 재산을 분할 받기 전의 유산총액을 누진세율에 적용한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각자가 받은 증여재산가액에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과세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박 교수의 논리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상속 관련 세제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준 OECD 회원 38개국 중 우리나라처럼 상속 재산 전체에 세금을 물리는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 곳은 4국뿐이다. 이를 토대로 입법조사처는 “개개인이 상속받은 재산을 과세 기준으로 해서 상속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