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 인공지능(AI) 업체 코어라인소프트(이하 코어라인)의 최정필 대표는 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규모는 2%에 못 미친다. 해외 진출은 필수”라며 이같이 말했다. 코어라인은 최 대표를 비롯해 카이스트 출신 3명의 엔지니어가 2012년 만든 회사다. 전신은 2001년 설립된 3D 의료영상처리 소프트웨어 개발사 메비시스로 2007년 인피니트헬스케어에 매각됐다. 3명도 이 과정에 함께 했다.
코어라인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의료영상 구현 시스템 ‘씬클라이언트(Thin-client)’를 개발했다. 최 대표는 “의료 영상을 클라이드에서 처리해 화면에 표시해주는 시스템”이라며 “예컨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시 기존 제품은 병원마다 각각 업데이트를 해야하지만 씬클라이언트가 도입되면 중앙처리장치만 업데이트하면 돼 편리하다”고 전했다. 여기에 코어라인은 자체 개발한 AI를 부착해 의료 영상 판독이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지도록 했다. CT의 경우 시간이 기존 2~3시간에서 수 분 내로 단축됐다.
이러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코어라인은 경쟁사들을 제치고 국립암센터가 주관한 ‘국가 폐암검진’ 사업자로 선정됐다. 시범사업부터 올해로 5년째다.
최 대표는 “병원에서 의료데이터를 엄격히 취급하다 보니 국립암센터에서는 의료데이터를 모아 관리까지 잘 할 수 있는 기술을 찾았다. 이 기준에 부합한 기술을 가진 곳이 코어라인이었다”며 “5년간 국가 폐암검진 사업을 하면서 경험을 쌓았고 이 과정에서 고객 피드백을 반영해 제품을 업그레이드 해왔다”고 했다. 폐암 가능성을 알 수 있는 결절, 폐암과 관련한 만성폐질환과 칼슘을 함께 파악할 수 있는 제품을 가진 것이다. 최 대표는 “3가지를 함께 알 수 있는 제품은 국내에선 코어라인 뿐”이라며 “해외로 넓혀도 2곳 밖에 없다”고 전했다.
‘국가 폐암검진’ 사업은 2018년부터 시작된 코어라인의 해외 진출에도 날개를 달아줬다. 최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의료 수준이 높다는 건 널리 알려져있다”며 “국가 사업을 하다보니 우리의 제안을 ‘검토할 가치는 있구나’ 하는 수준까진 간다”고 웃었다. 코어라인은 현재 벨기에 루벤 병원, 대만 국립대 병원, 일본 훗카이도대 병원 등 16개 해외 병원에 제품을 수출한 상태다.
최근에는 프랑스·영국 등 유럽 6개국이 4년간 2만6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폐암 검진사업, 독일 하노버대학이 2년간 진행하는 폐암 검진사업의 솔루션 공급자로도 각각 선정됐다. 최 대표는 “국가 폐암검진 사업자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코어라인 제품에 대한 현지 만족도 높다”며 “현지 의사들이 우리 소프트웨어로 데이터를 판독한 결과 값이 좋았다고 한다. 이달 중에도 국제 학술지에 자사 소프트웨어 사용 리뷰가 실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코어라인은 해외시장 공략에 보다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최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의료 AI가 시작단계”라고 했다. 제품도 현재 폐암에서 응급실용 뇌졸중 검출, 신장 등 범위를 확대해 성장에 속도를 가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자사 폐암검진 소프트웨어를 신뢰하는 병원이 다른 기기를 쓸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유럽에서 하는 프로젝트에서 성공해 강력한 레퍼런스를 확보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작년 코어라인은 매출 23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88% 증가한 수준이다. 내년엔 상장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