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현재 중국 현지 대형 법률 자문사를 통해 당국의 반독점 심사 승인을 받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CCCS)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를 무조건부로 승인하면서 8개국 중 중국의 승인만이 남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 간 인수합병(M&A)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얽힌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기업결합 승인을 받고 있다. 특정 기업이 시장을 독점할 수 없도록 각 국가의 반독점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 미국, 유럽연합(EU), 한국, 대만, 브라질, 영국, 싱가포르는 인수 승인을 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의 반독점 심사 승인은 지금까지는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0월 인텔의 낸드플래시와 솔리드 스테이트 디바이스(SSD)사업부문을 90억달러(약 10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1월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이후 약 1년도 되지 않아 중국을 제외한 주요국의 승인을 얻어낸 셈이다.
업계에서는 낸드플래시와 SSD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인텔의 단순 합계 점유율이 13~27%대로 높지 않고, 삼성전자가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이번 합병이 반도체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적다고 보고 있다.
|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이 시간을 끌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이 어깃장을 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은 이전에도 미국의 수출 규제 등에 반발하면서 반도체 업체 간 인수합병 심사를 고의로 지연한 바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가 일본 반도체 기업 고쿠사이일렉트릭을 인수하겠다고 2019년 7월 발표했지만, 중국의 승인 심사 지연 등으로 올해 3월 인수가 무산됐다. 업계는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의 하나로 의도적으로 심사를 지연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과거 사례와 미중 패권분쟁 등을 미루어 봤을 때 우려가 아예 없진 않다”며 “다만 명분이 있어야 불승인을 내는 데,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내부에서도 독과점 우려가 높지 않다는 점에서 중국이 불허할 명분이 적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중국 심사 당국이 긍정적인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는 중국 심사 당국의 원만한 승인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