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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그리고 나는 안다 내가 계속 가니까 나는 가고 또 간다는 것 / 또 내가 노래를 하고 또 하니까 나는 노래한다는 걸” (파블로 네루다의 시 ‘충만한 힘’ 중)
국립창극단이 또 한 번 새로운 창작실험에 나선다.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새로운 창극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한 ‘신(新)창극시리즈’ 세 번째 작품 ‘시’(18~26일 국립극장 하늘극장)를 통해서다. 이번에는 칠레를 대표하는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작품을 창극으로 재해석한다. 네루다는 칠레의 시인으로 19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무한한 인간의 시도’·‘열렬한 투석병’·‘지상의 주소’ 등이 대표작이다.
도전에 앞장선 이는 ‘죽음과 소녀’ ‘여직공’ 등으로 연극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온 공동창작집단 양손프로젝트의 연출가 박지혜다.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 연출은 “창극은 다양한 문학과 접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언어를 다루는 문학의 정수인 시가 판소리를 바탕으로 하는 창극과 잘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출은 판소리극 ‘이방인의 노래’를 연출하고 창극 ‘소녀가’에 드라마투르기로 참여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창극 연출까지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연출이 창극에서 주목한 것은 배우로 무대 위에서 극을 이끌어가면서 동시에 전통소리를 하는 소리꾼들. 이에 기존 창극 장르가 지닌 서사 구조와 드라마적인 표현을 걷어내고 소리꾼이 가진 소리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작품으로 ‘시’를 구상하게 됐다.
그 중에서도 네루다의 시를 주 재료로 선택한 것은 그의 시가 지닌 생명력과 역동감에 매료돼서다. 박 연출은 “네루다의 시 중에서도 ‘충만한 힘’과 ‘시’를 가장 관심 있게 봤다”며 “피어올랐다 사라지는 삶의 순환 자체를 잘 보여주고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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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2명의 소리꾼과 2명의 배우 총 4명이 무대를 꾸민다. 국립창극단 단원인 유태평양·장서윤, 그리고 박 연출과 함께 양손프로젝트 멤버로 활동 중인 배우 양종욱·양조아가 그 주인공이다. 시에 대한 공연인 만큼 작업 방식도 기존 창극과 다르다. 박 연출은 소리꾼·배우들과 함께 네루다의 시를 몸으로 읽고 쓰는 워크숍을 통해 일종의 공동창작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다.
유태평양은 “어렸을 때 가장 싫어한 문학 장르가 시였는데 그 이유를 이번 작품을 통해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전까지는 틀에 박힌 시각으로 시를 바라봤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장르라면 시도 좋아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공연에서는 소리꾼도 배우도 아닌 한 개인으로서 네루다의 시에서 느끼는 감각을 몸과 소리로 표현할 예정이다.
장서윤도 색다른 작업 방식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번 작품의 매력을 판소리 ‘흥보가’의 제비노정기 대목에 비교했다. 장서윤은 “판소리에서도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는 장면을 7~8분 가까이 소리로 풀어내는 장면이 있는데 마치 스토리에서 벗어나 주변 경치를 돌아보게 만든다”며 “우리 공연을 보는 관객도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사적인 공간으로 들어가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판에서 활동해온 배우들은 소리꾼과의 첫 작업에서 신선한 자극을 받고 있다. 양조아는 “시가 아닌 희곡으로 두 소리꾼을 만났다면 지금처럼 더 긴밀해지지 못했을 것”이라며 “연극배우와 전혀 다른 감각을 가진 소리꾼과 만나 시를 통해 서로의 사적인 공간을 공유하는 순간이 무척 재미있다”고 말했다.
음악은 소리꾼 이자람이 작창감독을 맡고 작곡가 카입이 사운드를 맡는다. 유태평양, 장서윤도 네루다의 시에서 느낀 감정을 각자만의 방식으로 작창해 표현한다. 양종욱은 “네루다의 시 전편을 오롯이 다 사용해 만든 노래도 있고 시 일부를 편집해서 사용하거나 시어를 선별해 새롭게 가사를 붙인 노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해석에 있어 정답이 없는 것처럼 이번 공연 또한 특정한 주제를 전달하기 보다 관객 각자만의 방식으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열린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연출은 “생성과 소멸의 연속을 바라볼 때 허무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삶으로 돌아가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런 감각이 작품 전반에 깔려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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