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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가을에는 편지를 쓰겠다는 노랫말이 떠오를 정도로 올가을은 충만하다. 여기 가을을 알리는 한 통의 편지가 있다. 듀엣 가을방학의 세 번째 앨범 ‘세 번째 계절’이다. 정바비(어쿠스틱기타)와 계피(보컬)로 이룬 가을방학은 부드럽되 달지 않고 서정적이되 통속적이지 않은 음악으로 21세기 한국 대중음악계의 감성을 채워온 팀이다. 이들은 한결같되 디테일의 층을 달리하는 노래들로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공감을 이끈다. 세 번째 앨범은 첫 앨범처럼 가을의 문을 두드리며 왔다. 정바비의 송라이팅에 다채로운 색깔을 입혔던 프로듀서 이병훈이 다시 함께했다.
에세이스트로도 활약하고 있는 정바비는 자신의 크레디트를 늘 송라이터로 칭한다. 노래를 쓰는 사람이란 말답게 그는 자신이 어디서 어떤 곡을 쓰는지를 명확하게 한다. 줄리아 하트에서는 기타 팝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을, 컨추리밴드인 바비 빌에서는 사운드뿐만 아니라 가사로 표현하는 정서까지 담아내며 컨추리의 형식과 내용에 충실한 음악을 들려줬다.
앨범이 영화라면 공연은 연극일 터. 지난 11일과 12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수변무대에서 ‘세 번째 계절’ 발매공연을 열었다. 개인적으로는 서울서 가장 좋아하는 무대 중 하나다. 반원형 구조로 생긴 이 공연장의 아래에 앉으면 무대가 잘 보인다. 위쪽에 앉으면 무대 뒤편의 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이만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연장도 없을 거다.
새 앨범의 첫 곡인 ‘새’로 시작한 공연에는 계피와 정바비 외에도 다섯 명의 세션이 함께했다. 후반에는 4인조 실내악 앙상블을이 추가했다. 긴 팔과 긴 바지가 어색하지 않은 바람을 계피의 목소리가 적셨다. 정바비의 기타 선율과 만담이 공기에 스며들었다. 계피가 직접 짰다는 세트리스트는 공연 흐름의 일반적인 관습을 깼다. 히트곡으로 대미를 장식한다든가, 조용한 노래는 가운데 몰아넣는다든가 하는 관습 대신 그들만의 흐름을 짰다. 공연의 흐름을 하나의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때 그들은 작법이 아닌 느낌을 따른 셈이다. 성공적이었다. 반전과 의외성이 있었다. 30여곡의 레퍼토리가 쌓인 만큼 그 요소를 가지고 훌륭하고도 새로운 구성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재미있는 건 객석의 남녀비율이었다. 한국 문화시장의 대부분이 그렇지만 어쿠스틱 위주의 음악은 여성팬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는 남자비율이 꽤 높은 편이었다. 잘해야 2대 8, 심하면 9.5대 0.5 같은 여성 과밀현상이 없었다. 계피의 남성팬이 많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들의 노래에 나타나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중첩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나긋하고 소곤거리는 계피의 목소리로 남자의 시선에서 쓴 노래들을 불렀다. 이는 1990년대 이후 사실상 대가 끊긴 남녀 혼성팀의 감성이기도 하다. 반목이 아닌 조화를 이룰 때 각자의 성(sexuality)은 홀로 만들 수 없는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가을의 밤하늘에도 어두운 호수에도 푸른 빛이 사그라드는 나무에도 가을방학의 음악이 새겨들던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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