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민자철도, 눈물짓는 주민]②
코로나19 거치며 공사비 30% 급등
정부-시행사 줄다리기하다 본전도 못 건질 판
"GTX-C, 이대로면 시행사 수천억 적자 예상"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부터 서울 경전철까지 민자철도의 발목을 잡는 것은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으며 급등한 공사비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 사업은 공사비 상승에 대한 합리적인 사업비 조정을 못 받으며 차일피일 착공이 늦어졌고, 그 사이 공사비가 또 올라 본궤도에 올라타지 못하고 있다. GTX-C 노선은 수천억원의 공사비 적자까지 예상된다.
 | GTX-A 철도차량.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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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23년 8월 정부와 현대건설 컨소시엄 간 맺은 GTX-C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을 보면 총 사업비는 4조 6084억원이다. 이중 건설 보조금 등 정부 보조금 2조 2611억원을 제외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마련해야 하는 금액은 2조 3473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이 숫자가 2019년 12월 31일 ‘불변가’라는 것이다. 이날은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막 퍼지기 시작했던 시기다. 코로나19 이후 원자잿값 급등으로 공사비는 계속 올랐다..
여기에 ‘도봉산~창동역 구간’이 지상에서 다시 지하화로 바뀌는 등 소란이 벌어지며 실시협약은 계속 늦춰졌다. 해당 구간은 국토교통부의 석연치 않은 실수로 당초 지하구간에서 지상구간으로 바뀌었다. 지역 주민들은 반발했다. 감사원 감사까지 진행되며 지하화로 환원됐다. 문제는 지하화에 3845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공사비지수는 2020년 이후 30% 가까이 급등했다. 여기에 지난해까지 고금리가 계속되며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심지어 올 초에는 건설투자자들이 공사비를 올려달라며 집단 항의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 측도 “컨소시엄에서 공사비 증액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 (그래픽=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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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구간(용산~상봉)이 있고 공사비가 C노선보다 1년 뒤에 확정돼 그나마 사정이 좋은 GTX-B 역시 최근 건설투자자의 17.5%가 빠지겠다고 선언했다. 그나마 DL이앤씨(4.5%), 현대건설(20→7%) 등 빠진 지분을 대보건설, 효성중공업, 화성산업 등이 대체를 검토하겠다고 나서 1분기 착공을 목표하는 중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역시 맞추기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울 경전철 상황은 더 심각하다. 위례신사선은 2020년, GS건설 컨소시엄이 서울시가 공고한 사업비보다 3200억원가량 낮은 1조 1597억원에 낙찰금액으로 수주했다. 가뜩이나 수익률이 낮은 공공사업인데 저가수주에 나섰으니, 대형 변수가 없었어도 쉽지 않은 공사였다는 게 업계 후문이다.
그나마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를 통과하고 실시협약만 남은 서부선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서울시는 최근 건설출자자 지분 내에서 59%가 이탈했다고 말했다. 이대로면 공사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상당수 사업은 정부와 민간 시행사 간 줄다리기만 하다 감당 못할 공사비 폭등만 남겼다는 목소리다.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GTX-C 사업 같은 경우는 이대로면 3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면서 “현 상황에서 사업성이 일부 개선된다 해도 1000억원 정도의 적자는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