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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울산 중구에 한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데, 2018년 11월 한국에너지공단이 보증금 2억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A씨는 공단과 계약을 유지하고 있던 지난 2020년 5월 B씨의 중개로 이 아파트를 매수자 C씨에게 2억8000만원에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공단 보증금 2억원은 C씨가 갚기로 하고 나머지 차액을 받는 조건이었다. 잔금을 받은 A씨는 C씨에게 아파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하지만 C씨는 공단에게 보증금 2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C씨는 이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렸는데, 이후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게 되면서 공단에게 보증금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공단 측은 보험사에 보증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공단에 보증금을 주고 A씨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에게 “보험사에 2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에 A씨는 “공인중개사는 중개대상물의 상태와 권리 관계 등을 면밀히 파악해 의뢰인에게 정확하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B씨와 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법인은 주민등록을 할 수 없어 보증금에 대해 대항력을 갖추지 못하는데, 이같은 채무 인수와 관련한 법률 사항을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1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매도인이 임대차보증금 반환 의무에서 당연히 벗어날 수 없다는 법적 효과까지 고지하는 것이 중개 행위의 범주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심은 채무 인수가 불가능한 상황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이 공인중개사의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원고 승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에게 매매 계약만으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당연히 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설명했다면 매매계약 체결 후 2일 뒤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공인중개사의 중개 행위는 계약 당사자 사이의 매매 등 법률 행위가 성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 법률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채무 인수에 관한 사항은 법률 사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중개 과정에서 그릇된 정보를 전달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에 관해 조사·확인해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신의를 지켜 성실하게 중개 행위를 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