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종이는 몇번까지 쓸 수 있을까[생활속산업이야기]

노희준 기자I 2024.08.31 09:00:00

32)9월6일 잘 모르는 '자원순환 날'
펄프, 지속가능한 조림지 목재만 사용
국내 종이 재활용률 80% 세계 최고
재활용 6~8회...종이, 상자, 화장지로 재탄생

“아 그랬구나!” 일상 곳곳에서 우리 삶을 지탱해 주지만 무심코 지나쳐 잘 모르는 존재가 있습니다. 침구, 종이, 페인트, 유리, 농기계(농업) 등등 얼핏 나와 무관해 보이지만 또 없으면 안 되는 존재들입니다. 우리 곁에 스며 있지만 숨겨진 ‘생활 속 산업 이야기’(생산이)를 전합니다. 각 섹터별 전문가가 매주 토요일 ‘생산이’를 들려줍니다. <편집자주>

[무림P&P 임건 펄프제품개발팀장]9월 6일은 ‘자원순환의 날’이다. 하지만, 기념일로 지정된 지 올해로 16회 밖에 되지 않아서 인지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자원순환의 날은 지구환경 보호의 필요성 및 자원 절약과 재활용, 폐자원의 에너지화 등을 범국민적으로 알리고 자원순환을 통한 녹색생활을 실천하고자 2009년에 제정되었으며, 매년 9월 6일에 환경부를 비롯한 산하기관, 자원순환 관련 협회 및 관계자가 모여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비단 환경 문제는 오늘내일 일이 아니다. 지구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은 한정돼 있고, 인류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제품들이 많다 보니 새로운 제품들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탄소가 발생돼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자원순환의 날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알리고 자원 절약과 자원 순환의 중요성을 되새기고자 마련됐다.

(사진=무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이같은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자원순환 실천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펼치고 있는데 종이 산업이야 말로 가장 자원순환에 앞장서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종이의 원료인 펄프를 생산하기 위해 아마존과 같은 천연림을 벌목해 사용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별도 인공 조림지에서 합법적이고 체계적으로 순환 경작해 조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화장지나 인쇄용지를 만들 때 보통 펄프용 활엽수 중 벌기령(나무를 벨 수 있는 나이) 6~8년인 나무를 주로 사용하는데, 이를 위해 조림 계획에 따라 구역을 나누고 조림지 환경에 최적화된 속성수(빨리 성장하는 나무)를 심고 체계적으로 가꾸고 있다. 벌기령에 가까워진 나무를 베어낸 곳에는 다시 어린 묘목을 심고 관리하면서 그 산림의 생산력을 보속(保續)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나무 자원을 얻는 것이다.

어린 묘목은 성장하면서 베어낸 나무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다량의 산소를 뿜어내니 환경적으로 많은 보탬이 되고 있다. 나무는 햇빛과 물만 있으면 성장하는 재생산이 가능한 무한 자원에 가까우니 종이 산업을 자원순환에 최적화된 산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첫 번째 이유이다. 이같이 지속가능한 조림지의 목재만을 사용해 펄프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은 무림P&P가 유일하다. 뿐만 아니라 무림P&P는 직경, 길이 등의 문제로 산업용재(가구용도, 건설용도)로 활용이 어려운 활잡목도 함께 사용해 자원의 효율적 활용에도 앞장서고 있다. 2021년 기준 국내산 목재 자급률은 약 15% 수준에 불과해(수입산 85%) 산림청은 향후 2035년까지 목재 공급량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000만m3 로 확대, 국산 목재 자급률을 3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때문에 활잡목의 안정적인 사용처 확보 및 사용량 확대를 위해서 무림P&P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무림)
순환 경작되는 목재를 사용하는 친환경적인 종이 생산 공정만이 아니라 종이 자체가 가진 자원순환성도 매우 뛰어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종이 재활용률이 80%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는데, 버려져 분리 수거된 종이 자원은 오염물질과 비닐 등 이물질을 제거하는 정선, 세척 등 다양한 과정을 거쳐 새로운 종이로 재탄생된다. 택배박스 등과 같은 골판지를 비롯, 초코파이 상자용지, 신문용지 등 다양한 종이 제품의 원료로 재활용되며, 버려진 종이컵, 우유팩은 화장지를 만드는 데 쓰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새롭게 태어난 종이는 다 쓰고 버려지면 다시 수거해 또 다른 종이로 환생한다. 이처럼 돌고 돌면서 재활용이 가능한 횟수가 무려 6~8회에 달한다고 하니 종이는 진정한 친환경 원료라 할 수 있다. 바로 종이 산업을 자원순환의 대표적인 업종으로 손 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실제로 국내 종이 시장의 경우, 종이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천연펄프의 양은 약 19만톤(월 평균)인 반면, 버려진 종이 자원을 재활용해 쓰는 양은 약 71만톤에 이른다고 한다. 천연펄프에 비해 거의 3배 이상의 규모인데, 종이 자원이 자원순환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국내 종이 자원의 부족으로 해외에서 수입되는 저급(박스 테이프 미제거, 비닐 혼입, 변질 등)의 종이 자원이 월 약 5만톤으로 그 양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플라스틱 대체제로써 종이 사용이 늘면서 그만큼 순환 자원으로 활용 가능한 종이 자원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 유지된다면 해외 종이 자원의 수입이 줄고 자연스럽게 현재 80% 수준인 국내 종이 재활용률도 더욱 높아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무쪼록 이번 자원순환의 날을 맞아, 환경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다 쓴 종이를 버리기 전에 비닐과 박스 테이프를 꼭 제거하는 등 철저한 분리 배출을 통해 환경 보호에 동참하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임건 무림P&P 펄프제품개발팀장 (이미지=문승용 기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