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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좌우 편향 모두 고쳐야 경제가 산다

송길호 기자I 2024.02.19 06:15:00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

우리 경제는 우편향과 좌편향이 모두 존재한다. 우편향은 성장이 더 우선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복지 확대보다는 파이를 더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복지 제도는 충분하지도 않고 매우 파편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복지 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당연히 전달비용도 많고 비효율적이다. 자살률과 노인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면적인 복지제도 개혁이 필요한데도 제대로 논의하기를 꺼린다.

정부가 민간 기업의 후견인 역할을 하려는 것도 성장 우선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이제는 산업 육성이나 일자리 창출은 더 이상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경제를 민간에게 완전히 넘겨주지 못한다.

정부가 기업주를 후원하고 있는 것도 아주 잘못된 우편향 모습이다. 기업주가 사외이사 전원을 임명하면서 이사회를 무력화하고 있다. 기업주의 자녀들은 아무런 법적 권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특별채용되고 고속승진하고 경영권까지 승계받고 있다. 주식은 상속될 수 있지만 경영권은 그냥 세습돼서는 안 된다. 공정한 경쟁과 절차를 통해 선정된 최고의 경영자에게 이전돼야 한다. 기업주 패밀리 이익 중심의 기업지배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데 역대 정부 모두 이를 눈감고 있다.

좌편향 구조도 심하다. 약자보호 등의 이유로 자유시장경제 원칙의 훼손 정도가 심하다. 약자 보호는 정부가 할 일이지 민간이 할 일이 아니다. 타다의 경우에서 보듯 새로운 비즈니스가 허용되지 않는다. 한쪽에서는 글로벌스탠다드를 외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의 자유와 이익을 가로채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 비즈니스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최저임금제도도 왜곡돼 있다. 임금은 서비스의 가격이다. 독과점이 아닌 한 가격은 시장에서 정해져야 한다. 최저임금제도를 통해 전체 임금 수준에 영향을 주겠다는 생각은 매우 반시장적이다. 생산성을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결정되는 임금은 자원 배분을 왜곡시킨다.

노동시장의 경직성 역시 심각한 좌편향의 모습이다. 노동경직성이 높으면 경쟁력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최고 기량의 선수를 뽑아야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직원을 계속 고용하면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약자에게 유리하게 게임의 룰을 바꿔서는 안 된다. 게임의 룰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하고 어려운 사람은 사회안전망으로 지원해야 경제도 살고 어려운 사람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다.

우편향과 좌편향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진영 논리로는 우리 경제의 문제를 올바로 풀 수 없다. 보수 진영은 우편향은 그대로 두면서 좌편향만을 고치려고 하고 진보진영은 좌편향은 옹호하면서 우편향만을 시정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좌우 편향 모두 고쳐야 한다. 그래야 우리 경제가 다시 살 수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유능한 정치세력이 필요하고 제3지대의 역할도 중요하다.

사회적 합의 과정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좌우편향 모두를 고친다면 아주 철저히 고쳐야 한다. 미국 정도의 경제적 자유를 허용하면서 스웨덴에 버금가는 사회안전망을 만들려는 목표로 움직여야 한다. 이 정도는 돼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우리의 국가관리능력을 볼 때 가능한 목표다.

우리 경제의 핵심 문제는 저성장을 초래하는 저생산성과 놀랍도록 낮은 출산율이다. 미국 정도의 역동적인 경제, 스웨덴에 버금가는 사회안전망을 만들어내야 이런 문제를 풀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다. 경제는 민간에게 거의 맡기고 정부는 사회안전망을 완전히 새로 만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기업은 지배구조 개선으로 화답하면 된다. 정부는 약자 보호를 위해 민간에게 어떤 것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해서도 안 된다. 기업 후견인 노릇도 그만둬야 한다. 노동 유연성도 높여야 한다. 보수 진보 진영 모두 많이 양보하고 많이 얻어내야 우리 경제가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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