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우려되는 점은 수출 감소의 내용이다. 우리 수출의존도가 높은 품목과 지역에 대한 수출 침체의 골이 깊다. 우선 반도체의 경우 올해 1월 전년 동월 대비 44.5%의 감소폭을 기록했으나 이후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었는데, 6월 -28.0%에서 7월에 -33.6%로 오히려 감소폭이 커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3사가 모두 감산 조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단가 하락세가 마무리되면서 업황의 반등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반도체 기업들의 2분기 적자 폭이 1분기보다 소폭 개선됐다는 실적 발표가 있었기에, 3분기부터는 업황이 나아지면서 반도체 수출의 회복 가능성이 높게 대두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3분기 첫 달인 7월의 반도체 수출에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하반기에도 감산 조치를 지속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즉 하반기에도 반도체 시장은 어둡다는 말이다. 감산 조치가 가격하락은 막을 수 있겠지만, 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을 의미하는 수요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감산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면 하반기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전체 수출 경기를 견인할 정도의 힘은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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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대중국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5.1%로 역시 6월(-19.0%)보다 더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인은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이다. 6월 중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이며 생산자물가상승률은 -5.4%다.
지구상 거의 모든 국가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유독 중국만이 물가가 감소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현상은 거의 모든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를 빠르게 인상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만 금리를 내리는 중에 나타나는 디플레이션이라는 점이다. 그 정도로 중국의 내수 시장은 절망적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외수에서 경기 회복의 동력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의 6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2.4%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 시장의 분위기가 반등할 조짐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당분간 우리의 대중국 수출은 침체를 지속할 것이고 중국으로의 수출이 침체됐을 때 전체 수출 경기가 좋았던 적은 거의 없었다는 경험에서 보면,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우리 수출이 중국에서 모멘텀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오래전부터 수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도 할 수 있는 바를 다하고 있다. 수출 기업 지원 노력은 물론이고 보다 높은 단계에서 세일즈 외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수출 경기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대외 여건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향후 수출 경기가 크게 좋아지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하반기 경제 운용은 생각을 바꿔야 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수출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한국 경제 성장에서 수출이라는 엔진이 서버릴 가능성이 높다면, 나머지 엔진인 내수에서 파워를 얻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하반기 수출이 좋아질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은 필요 없다는 논리는 바로 버려야 한다. 하반기에 반드시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경제라는 비행기는 실속(失速)해 추락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