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인 즐겨찾은 충북 옥천 '부소담악' 우암 송시열 '작은 금강'이라 애찬 호수에 비친 절벽 '옥천 최고 비경'
금강 건너편 카페에서 바라본 부소담악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우리 조상들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흔히 금강산에 비유했다. 충북 옥천의 부소담악(赴召潭岳)도 그중 하나다. 병풍을 펼쳐 놓은 듯 이어지는 바위절벽과 호수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이 모습에 반한 우암 송시열은 ‘작은 금강’이라고 예찬했을 정도다.
부소담악으로 가는 길. 옥천읍에서 4번 국도에 올라 대전 방면으로 향하다 환경사업소에서 우회전해 이지당을 거쳐 15번 군도를 따라가면 부소담악에 닿는다. 고리산(환산·581m) 둘레를 도는 이 길은 대청호 상류의 물길을 바라보며 달리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 부소담악은 대청호 상류 쪽 추소리 부소무니 마을 앞에 자리하고 있다. 부소무니는 고리산 자락 아래 물에 뜬 연꽃(연화부수·蓮花浮水)의 명당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부소담악은 부소무니 마을 앞 물가에 떠 있는 산이라 해서 부르는 이름이다.
부소담악의 지금의 모습은 대청댐 준공으로 물에 잠기면서다. 이후 칼날 같은 능선만 수면 위에 길게 드러났다. 물에 잠긴 부분의 흙은 씻겨나갔고, 물가에 비친 절벽은 정교한 아름다움을 빚어냈다. 700m에 이르는 이 절벽의 이름은 병풍바위. 봄이면 연둣빛 신록으로, 가을에는 붉은 단풍으로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옥천 최고의 비경으로 사랑받았다.
금강 건너편 카페에서 바라본 부소담악 병풍바위
고요한 물길을 따라 잘 다듬어진 덱길을 10여 분 따라 걷다보면 장승공원이다. 이곳을 지나 언덕 위로 올라가면 조그만 정자 ‘추소정’이 나타난다. 추소리 마을 이름을 딴 정자다. 대청댐으로 수몰되기 전 이곳에는 추동마을·부소마을·절골 등 세 마을이 있었다. 이후 절골을 제외한 두개 마을 터가 물속에 잠겼다. 추소리는 추동마을의 ‘추’와 ‘부소마을의 ’소‘자를 가져와 붙인 이름이다. 수몰로 인해 마을주민들은 생활 터전과 비옥한 농토를 잃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아름다운 기암괴석을 얻은 셈이다.
추소정에 오르면, 나뭇가지 사이로 부소담악이 모습을 드러낸다. 앞쪽으로 야트막한 능선이 악어처럼 웅크린 모습이다. 능선이 강물과 만나는 절벽이 부소담악. 물이 차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오히려 강물과 능선이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이다. 날카롭게 솟은 칼바위와 그 사이를 뚫고 나온 할배소나무 등 수천년의 세월의 버텨온 자연의 신비로움 앞에 숙연해진다. 사실 이 모습 제대로 보려면 배를 타고 강 위에서 바라보는 것이 좋다. 추소정 건너편 호숫가에 있는 미르정원에서는 입장객들을 배에 태워 부소담악 일대를 둘러보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소담악 건너편에 자리한 카페에서도 부소담악을 조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