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순진한 생각을 사회적경제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한 회사들이 있다. 소셜벤처 ‘러블리 페이퍼’와 ‘끌림’이다. 폐지수집 노인을 돕기 위해 각자의 독특한 사업을 구상해낸 두 회사의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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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수집 노인의 가장 큰 문제는 낮은 임금체계입니다. 종일 폐지를 모아도 받을 수 있는 노동의 대가가 형편없으니까요. 노인들로부터 폐지를 비싸게 사들이고자 세운 회사가 러블리 페이퍼입니다.” 지난 13일 인천 부평동 사무실에서 만난 러블리 페이퍼 기우진(37) 대표의 말이다.
러블리 페이퍼가 노인들로부터 사들이는 폐지의 가격은 1kg당 1000원이다. 현재 고물상 폐지 시세가 1kg당 30원이니 30배 이상 비싸게 구입하고 있는 셈이다. 이 손해를 메울 수익구조를 기 대표는 페이퍼 캔버스 아트에서 찾았다. 박스 위에 천을 덧대 캔버스로 제작한 뒤 작가들의 그림을 입혀 판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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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러블리 페이퍼와 재능기부 협약을 맺은 70여 명의 작가가 분기마다 6개씩 1년에 24개의 작품을 만들어 보내주고 있다. 하지만 작업시간이 길고 작품에 대한 수요가 적은 탓에 러블리 페이퍼가 실질적으로 사들이는 폐지의 양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 기 대표는 페이퍼 캔버스 아트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페이퍼 캔버스 아트의 사회적 의미와 친환경성, 폐지의 업싸이클 등을 담은 교육은 이미 경인 지역 학교와 CJ, 에르메스 등의 기업에서 진행됐다. 예술작품을 통해 사회문제를 조명하는 소셜아트플랫폼도 오픈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도 선인장을 새긴 친환경 종이비누가 비밀리(?)에 개발 중이다. 왜 하필 선인장이냐고 물으니 기 대표는 “선인장과 폐지수집 노인이 닮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사람 모양을 하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선인장. 그러면서도 가시 때문에 쉽게 다가갈 수 없다는 점이 꼭 이 시대 노인을 닮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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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소셜벤처 끌림은 노인들을 단순히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가진 역량을 활용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주목한 것이 리어카였다. 버스나 지하철이 다니지 못하는 동네 골목 구석구석을 종일 누비는 폐지수집 리어카에 광고를 실어보면 어떨까.
끌림의 강일천(23) 대표는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고 기억한다. 가장 큰 문제는 약 70kg에 달하는 리어카의 무게였다.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인들이 편하게 리어카를 끌고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보장돼야 했다. 고민 끝에 끌림은 공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능기부 개발팀을 모집했다. 6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쳐 마침내 약 40kg의 끌림 리어카가 탄생했다.
끌림 리어카는 단순히 무게만 줄인 것이 아니었다. 행인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시각적으로 깔끔하게 디자인했고, 노인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춰 선택할 수 있게끔 크기도 다양하게 나눴다. 새벽과 밤에 차량과의 추돌사고를 막기 위해 반사판도 부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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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리어카를 끌고 다닌 노인들에게는 한 달에 7만원의 광고료가 지급된다. 얼핏 적은 금액 같지만 폐지 시세로 따지자면 2300kg이 넘는다. 고물상에 리어카 관리비를 지급하고 남은 수익은 다시 리어카 제작비로 들어가거나 폐지수집 노인을 위한 지원 물품 구입에 사용된다.
“매달 한 번씩 ‘월간 고물상’이라는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폐지수집 어르신들을 만납니다. 그때 7만원을 어디에 쓰셨냐고 항상 여쭤보는데 한 어르신이 그러시더라고요. 그 돈으로 그동안 못 배웠던 한글 교육을 받고 있다고. 고맙다고.” 강 대표가 꼽은 ‘일 하면서 가장 보람됐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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