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치료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유럽 최초 승인
설립 5년만에 바이오시밀러 4종 허가…세계 최대
신약 대신 돈되는 바이오시밀러 집중 전략 주효
|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에피스 본사 사옥 전경.(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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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상승세가 무섭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17일 유럽에서 유방암 항체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의 시판허가를 받았다.
허셉틴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8번째로 많이 팔린 약이다. 허셉틴의 지난해 매출은 68억8400만달러(약 7조8000억원)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8월 유럽의약품청에 판매허가 신청을 제출해 13개월만인 올해 9월 긍정의견을, 그리고 이달 최종 판매허가 승인을 받았다.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로서는 최초로 승인을 받은 것이다. 가장 먼저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마일란&바이오콘이 유럽의약품청의 공장실사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올해 8월 허가신청을 철회하면서 온트루잔트가 허셉틴의 최초 바이오시밀러 자리를 꿰찼다.
바이오시밀러는 일종의 복제약이긴 하지만 제일 먼저 시장에 나와야 선점효과가 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셀트리온이 2013년 램시마 출시 이후 오리지널시장의 40~50%를 잠식했고 항암제는 올해 4월 유럽 출시 이후 영국 등 일부국가에서 30%를 대체하는 등 바이오시밀러는 ‘퍼스트무버’만이 시장에서 성공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퍼스트무버 효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램시마가 장악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뒤늦게 플릭사비를 출시했다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대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또다른 자가면역질환치료제인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는 이 퍼스트무버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한 ‘베네팔리’는 지난해 1억60만달러(약 1056억원)에서 올해 3분기까지 2억5320만달러(약 2658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올해 6월 출시한 산도즈의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이렐지’는 베네팔리에 막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문가들은 온트루잔트가 본격 출시되면 허셉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 근거는 이렇다. 일단 유럽 자체가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관대하다. 유럽은 국가에서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나라가 많기 때문에 효과가 동일하다는 게 밝혀지면 의료비 절감 차원에서 바이오시밀러를 선호한다. 이는 생명과 직결된 항암제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진 수석연구원은 “항암제 바이오시밀러가 자가면역질환치료제에서 만큼 시장에서 인정받겠느냐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셀트리온의 트룩시마가 성공하면서 이런 의구심은 사라진 상황”이라며 “온트루잔트도 항암제인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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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온트루잔트의 허가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 10종 중 4종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마친 회사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는 유럽 허가 건수 기준으로 가장 많다. 경쟁사인
셀트리온(068270)과 산도스가 각각 2개, 암젠은 1개를 유럽에서 승인받았다. 설립 5년차에 불과한 신생업체가 쟁쟁한 글로벌 경쟁자들을 제치고 빠른 시일 내에 톱 플레이어로 자리잡은 것은 치밀한 전략의 승리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에 설립됐지만 삼성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세우기 10여년 전부터 바이오의약품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이끌고 있는 고한승 사장은 미국 교포 출신으로 미국에서 생화학과 분자유전학을 전공한 뒤 실제로 바이오벤처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2000년 삼성종합기술원에 합류하면서 삼성의 바이오의약품시장 전략의 기틀을 잡은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설립 이후 신약개발 대신 바이오시밀러에, 그것도 가장 매출이 많은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집중한 것이나 각 단계의 임상시험을 동시에 진행해 시간을 줄인 것 등이 모두 그의 전략이었다. 또 고 사장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의 각 단계에서 집중해야 할 부분을 확실하게 챙기며 시간지연과 비용 손실을 줄였다. 고 사장은 “시장성이 높은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했고 이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다른 제품 개발에 적용하면서 효율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의약품은 가전제품과 달라 동일한 제품이라도 각 나라의 규제기관별로 심사 항목이 모두 다르다. 그래서 규제기관별로 자료를 따로 준비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신약개발 대신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며 “삼성이 신약을 개발하면 ‘약에 대한 경험도 없으면서 무슨 신약이냐’는 공격을 받았겠지만 바이오시밀러는 일종의 복제약이기 때문에 이런 비난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바이오에피스 연도별 매출 및 영업이익(단위 억원. 2017년은 순솔실 수치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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