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봉(66) 충남 예산군수는 지역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행정의 달인이다. 1968년 예산농업고등학교 재학 시절 9급 농림직 공무원 공채 시험에 합격, 공직에 발을 디뎠다. 1969년 충남 예산군 신양면을 시작으로 1996년 예산군 재무과장, 2000년 예산군 자치행정과장, 2006년 예산군 기획감사실장, 2008년 예산군 주민생활지원실장을 끝으로 2009년 명예퇴직, 2014년 민선 6기 예산군수 당선까지 그는 단 한번도 고향인 예산을 떠나본 적이 없다.
예산은 충남에서도 군(郡) 단위의 작은 지역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시작된 행정혁신은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중앙부처에서도 성공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역발전과 주민 삶의 질 제고를 위해 공직자들의 마인드 쇄신과 함께 국·도비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예산군청 집무실에서 만난 황 군수는 “2014년 취임때 직원들에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 시작하자’고 했다.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행정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에 했던 것들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똑같이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과거의 행정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 행정이 시대와 사회상을 반영했다면 지금은 지금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행정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군수는 공직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먼저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 군수는 걸어서 출퇴근한다. 관용차를 버리고 주민 속으로 들어갔다.
“처음에 걸어서 출퇴근한다고 하니 다들 쇼라고 했다. 6개월이 지날 무렵 ‘어 군수가 진짜 걸어다니네’라는 말이 들렸습니다. 이후 1년이 지나자 걷고 있는 제게 말을 거는 주민, 민원을 얘기하는 주민, 편지로 써서 건네주는 주민들이 하나둘씩 생기더군요. 고질적으로 군청 앞에서 끊임없이 열리던 집회나 시위도 직접 찾아가 듣고, 해결 방법을 찾다보니 이제 집단민원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황 군수는 “행정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닌 가장 합리적이고 최선의 방법을 찾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줬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역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그가 생각한 것은 중앙·지방정부의 공모사업이다.
“예산군의 재정자립도는 12%에 불과합니다. 결국 지역의 획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국비와 도비 확보가 관건이에요. 그러나 충남도나 중앙부처, 국회를 찾아 ‘한번만 도와주세요’라고 읍소한다고 어느누구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충남도와 중앙부처, 국회를 찾아가기 전에 왜 그 사업이 필요한지 논리를 개발했습니다. 이를 위해 모든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그룹에 용역을 의뢰했고, 그 결과를 들고 전국으로 출장을 다녔어요. 또 각 부처에서 진행하는 모든 공모사업에 도전했습니다.”
그러나 반발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지방의회는 물론 내부 직원들조차 ‘왜 용역이 필요하냐, 그냥 예산을 달라고 하면 주던데 쓸데없는 비용과 노력을 들인다’고 불만스러워했다.
“제 방식으로 진행해 국비와 도비를 따고, 중앙부처 출신 고위공직자를 초청한 강연 등을 계속 진행하면서 이들도 서서히 변화의 물결을 받아들였고, 지금은 ‘노력한 만큼 받을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게 됐습니다.”
황 군수의 강한 의지와 신념, 직원들의 노력으로 예산군은 오는 10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온천축제와 ‘2016년도 대한민국 산림문화박람회’를 동시에 개최하는 영예를 안았다.
문체부 지정 온천축제는 전국의 모든 지자체들이 유치를 위해 총력을 다하는 국비지원 사업이다. 예산군은 사상처음으로 지난 2014년에 이어 또다시 사업을 따냈다.
“문광부 지정 온천축제에 올해에도 도전하자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만류했어요. ‘한번 따내기도 어려운 사업을 어떻게 두 번이나 할 수 유치할 수 있냐’는 거지요. 그러나 목표를 설정하고 열심히 준비한 결과 문광부 지정을 받아냈어요. 도전을 포기할 때 주민들의 삶 역시 제자리에 머물 수 밖에 없습니다.”
황 군수는 작은 지역이지만 예산의 새로운 행정모델을 전국에,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 또 외풍으로부터 자유로운 행정조직을 뿌리내리겠다고 했다.
“임기를 다 채우고 떠났을 때 ‘황선봉이라는 사람은 지역을 위해 참 열심히 일했다’는 평을 듣고 싶습니다. 선거 때 도와준 분, 집안 어르신, 학교, 고향 등 인연을 갖고 있는 많은 분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 승진 청탁, 인·허가 청탁을 합니다. 제가 이 청탁을 막지 못하면 조직이 흔들리고, 조직문화를 바꾸지 못합니다. 또 민선 자치단체의 폐해이기도 한 인사 등 각종 청탁으로부터 자유로운 조직을 만들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