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의ㆍ정 갈등 해결 2월 배수진...의료계도 외면 말길

논설 위원I 2025.01.23 05:00:00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정 갈등 해결 협상 시한을 내달 말로 제시했다. “2월 말까지 배수의 진을 치고 물에 빠져 죽는다는 심정으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것이다. 앞으로 의료계와 협상에 임하면서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주겠다는 의지로 이해하고자 한다. 이 부총리가 최근 그동안의 의·정 갈등에 대해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고개 숙여 공식 사과한 데서도 이러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며칠 전에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과도 면담했다.

그러나 요즘 돌아가는 분위기는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의·정 갈등 해결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이 부총리의 언급은 여전히 희망사항으로 여겨질 뿐이다. 정부가 수련·입영특례라는 당근책을 제시했는데도 지난해 정부 방침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사직 전공의들 대부분이 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데서 드러나는 분위기다. 의대 휴학생들의 새 학기 복학 신청도 저조한 상태라고 한다. 이런 현상이 계속 이어진다면 장기적인 의료 공백이 불가피하다. 국민 건강이 계속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심각한 것은 의·정 갈등 기간이 거의 1년을 바라보면서 의료계의 연구 활동도 덩달아 활력을 잃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의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대한의학회지’에 지난해 투고된 논문은 약 900편으로 전년의 1220편에 비해 26% 줄어들었다고 한다. 전공의들이 담당하던 야간 당직과 회진, 처방 등을 교수들이 떠맡게 되면서 연구에 할애할 시간이 없어진 탓이다. 교수마다 사정이 다르긴 하겠으나 의·정 갈등이 불거지기 전까지는 연구, 교육, 진료에 비슷한 시간을 나눠서 썼는데 지금은 거의 모든 시간을 진료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의·정 갈등을 조속히 매듭짓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미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규모에 대해 ‘제로(0) 베이스’에서 유연하게 협의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만큼 의료계도 타협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타결이 늦어질수록 의료계를 향한 국민의 불신도 깊어지기 마련이다. 정부나 의료계나 더 이상 자존심을 내세울 때가 아니다. 국민들이 지친 눈길로 협상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기 바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