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시대의 세 가지 숙제[이기일의 100세 시대]

이지현 기자I 2025.01.17 05:00:00

연금개혁이 촉발한 정년 연장 노인 기준연령 조정
난제일수록 나눠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게 해법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지난해 9월 4일 정부는 21년 만에 연금개혁 단일안을 내놨다. 1147조원이 넘는 연기금이지만 현재 지급 구조로는 매일 885억원씩 적자 누적으로 2056년 소진이 예상돼 개혁을 더 늦출 수 없어서였다.

개혁안에는 보험료 납입 연령을 59세에서 64세로 늘리는 내용도 담겼다. 이후 두 가지 사회적 이슈를 촉발했다. 바로 ‘정년 연장’과 ‘노인 기준연령 조정’이다.

납입 연령 상향은 고령자고용법에 따른 정년은 60세이지만 연금 수령은 65세에 시작해 5년간의 소득 공백 구간이 발생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보험료를 내려면 일을 할 수 있도록 정년도 65세로 연장해야 한다는 것으로 자연스레 귀결된다.

이 같은 정년 연장이 갑자기 튀어나온 이슈는 아니다. 2019년 현대자동차는 정년퇴직자 중 생산자와 영업직을 대상으로 2년간 숙련재고용제도를 도입했다. 효성중공업은 정년 뒤 제조현장 기술 인력을 2년간 숙련 촉탁직으로 재고용하고 이후에도 70세까지 추가 연장하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공공 분야에서는 행정안전부가 공무원과 정년이 같던 공무직 정년을 65세로 연장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정년을 65세로 늘리면 연간 30조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하고 이 금액으로 청년 90만명을 고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1명의 정년이 연장되면 신규 채용인원이 2명 가까이 줄 것으로 추정했다.

노인연령도 논란거리다. 현재의 노인 기준연령인 65세는 독일 비스마르크가 노령연금을 도입한 1889년 수급개시 연령을 70세로 잡았다가 평균수명이 남성 41세, 여성 43세에 불과한 현실을 반영해 1916년 65세로 낮춘 것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는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시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경로 우대조항을 마련한 것이 시작으로 새 제도를 도입하면서 개별법령에 연령기준을 뒀다.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노인외래정액제, 기초연금 등의 제공 기준이 이에 따른 것이다.

과거 노인에 비해 건강 상태가 훨씬 양호한 ‘액티브 시니어’들이 본격 등장하며 노인연령 기준은 더 뜨거운 감자가 됐다. 1960년 54.3세이던 평균수명은 2020년 84.5세로 높아졌고 건강수명도 71.8세로 상향됐다. 이 같은 상황에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은 노인연령을 75세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대한노인회는 2015년에도 70세 상향에 동의했고 2019년에는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70세로 높이는 논의를 제안한 바 있다.

현재의 정년과 노인연령 기준으로는 세계 최단인 7년 만에 고령화사회(노인 비율 14%)에서 초고령사회(노인 비율 20%)에 이른 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노인부양비(생산 가능 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하는 고령인구)는 1960년 5.3명에서 올해 29.3명에 이어 2050년 77.3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1960년에는 청장년 20명이 노인 1명을 돌봤다면 2050년에는 청장년 4명이 노인 3명을 돌봐야 한다.

정책담당자 입장에서는 매우 곤혹스럽기만 하다. 보험료 내는 나이를 올리면 정년이 연장돼야 하는데 현재 호봉승급체계에서는 오히려 청년 일자리가 줄 수 있다. 노인연령을 올리면 지하철 무임승차나 노인외래정액제, 기초연금 수급 나이도 함께 올라 노인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해법은 없을까. 일본은 2006년 65세 고용확보 의무화에 돌입해 기업에 정년 폐지, 정년 연장, 재고용제도 도입을 선택할 수 있게 했고 지난해 ‘65세 은퇴시대’를 맞이했다. 이를 두고 노인연령을 2년에 1세씩 올리거나 매년 4개월씩 단계적으로 올리자는 전문가 제안도 힘이 실린다.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씨줄 날줄처럼 얽힌 연금보험료 납입 연령과 정년, 노인연령의 세 과제를 풀어야 한다. 난제일수록 나눠 단계적으로 푸는 것이 해법이라고도 한다. 이중근 회장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한국 사회가 더 나은 미래로 도약하는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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