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쏠림 현상이 심화했던 올 상반기와는 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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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한 달 전보다 1.0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35%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형주의 주가가 시장 흐름보다 부진했다는 의미다. 코스피 주요 우량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200 지수와 여기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폭을 좁힌 코스피100 지수도 각각 0.41%, 0.23% 오르며 시장보다 부진한 수익을 나타냈다.
최근 대형주가 시장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반도체 종목 부진이 영향을 미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맥쿼리 등 외국계 투자은행(IB)이 메모리 업황 부진을 잇따라 전망하고 국내외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의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이들의 주가가 약세를 나타냈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한 달 동안 11.59% 하락했다.
또 지난달 말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반도체·자동차·기계 등 수출 위주 종목의 전망이 어두워진 점도 대형주 주가의 오름세를 막았다. 통상 수출주의 경우 환율 하락이 가격 경쟁력 악화로 이어져 악재로 여겨진다. 전년 동월 대비 9월 수출 증가율이 7.2%를 기록해 앞선 7월(13.9%), 8월(11.2%)에 미치지 못하고 무뎌진 점도 수출 종목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수출 증가는 대상 수출 지역의 경기 상황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강한 성장을 주도하던 미국으로의 수출이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과 중국의 통화 강세에 1300원대 초반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중동 분쟁 격화 우려 등에 다시 1340원대로 올랐다.
◇고금리 부담 덜고 밸류업 등에 업고
이처럼 대형주가 여러 악재에 발목이 잡힌 사이 중·소형주는 안정된 주가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코스피 중형주 지수와 소형주 지수는 한 달간 각각 2.57%, 2.68% 상승하면서 코스피 지수나 대형주 지수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코스피200 중·소형주 지수는 7.78% 올랐고, 코스피200 초대형제외 지수도 5.18% 상승했다.
이는 미국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고금리 부담에 억눌렸던 중·소형주에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된 영향이 크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이익은 꺾일 조짐이 없는데, 시장에서 일말의 경기둔화 가능성을 걱정해 금리를 밀어 내리는 구조라면 중·소형주 주가에 나쁠 게 없다”며 “상승 돌파가 임박한 중·소형주를 공략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달 발표된 밸류업 지수 역시 중·소형주의 주가 상승 흐름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코스피200 지수엔 IT 중·소형주가 적은 데 반해 밸류업 지수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주의 비중을 제한하는 제도를 적용해 IT 중·소형주가 다수 포함됐다. 이에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중·소형주의 경우 ‘깜짝 편입’ 효과로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했다.
이와 함께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지수를 기초로 다양한 후속 지수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하는 지수를 사례로 들기도 했다. 일각에선 올 상반기 은행·자동차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나타났던 밸류업 랠리가 중·소형 가치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중·소형주 투자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찬솔 SK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이후 다시 골디락스(Goldilocks)와 리플레이션(Reflation) 기대감이 조금씩 커지는 분위기”라며 “시장 회복 국면에서 강세를 보였던 섹터를 중심으로 중·소형주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