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발끝 '아찔', 가슴 '철렁', 등골 '오싹'…이 맛에 간다

강경록 기자I 2021.04.02 06:00:00

경기 파주의 명물, ''출렁다리''를 걷다
감악산 출렁다리, 전국 출렁다리 열풍 주역
지상 45m 높이, 길이 150m ''양다리 후들''
아시아의 레만으로 불리는 마장호수
호수 위를 가로지르며 걷는 맛도 일품

감악산출렁다리


[파주(경기)=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사람 간의 거리두기가 길어지니 피톤치드 향기로운 숲의 공기가 더욱 그리워진다. 집에만 있자니 답답하고, 그렇다고 멀리 떠나기에는 부담스러운 시기. 그렇다면 도심 가까이 청정 자연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빌딩 숲을 조금만 벗어나면 걷기 좋은 산길과 아름다운 호수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경기도 파주의 감악산과 마장호수가 대표적이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로, 북으로는 임진강, 남으로는 한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드는 지점에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 당장 출발해도 좋을 만큼 가볍게 콧바람 쐴 수 있는 곳들이 잔뜩이다. 안전수칙만 지킨다면 가끔은 삭막한 빌딩 숲을 벗어나 잠깐의 휴식을 즐겨보기 좋은 곳이다.



◇전국 출렁다리 열풍의 주역 ‘감악산출렁다리’

팔각정자에서 본 감악산출렁다리
파주 감악산(675m). 개성 송악산, 가평 화악산, 과천 관악산, 포천 운악산과 함께 경기 5악으로 꼽히는 명산이다. 정상을 중심으로 북서쪽은 파주 적성면, 북동쪽은 연천 전곡읍, 동쪽은 양주 남면의 세 지역에 걸쳐 산자락을 뻗었다. 산 이름 그대로 검은빛과 푸른빛을 동시에 지닌 ‘감색’ 바위산. 삼국시대부터 한반도 지배권을 다투던 군사 요충지로, 산 아래 임진강변에는 삼국시대의 산성 칠중성이 남아 있다.

감악산은 ‘산린이’(등산 초보자)에게 딱 맞는 산행코스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대중교통도 편리하고, 원점회귀가 가능해 승용차를 이용해서 쉽게 다녀올 수 있다. 평일에는 찾는 이들도 거의 없어 서로 거리두기 하며 걷기에 부담도 없다.

들머리는 보통 감악산 출렁다리 주차장으로 삼는 게 일반적이다. 이곳에서 계단 덱을 따라 10여분 올라가면 출렁다리에 도착한다. 다리를 건너 범륜사 계곡으로 올라가 임꺽정봉과 감악산 정상에 오른 뒤 까치봉 능선을 타고 설마리로 하산하는 게 일반적인 코스다. 4시간 정도의 짧지 않은 코스다.

감악산 출렁다리는 파주, 연천, 양주 3개 지자체가 함께 세운 시설물. 범륜사 입구 서쪽 암릉에서 371번 지방도로를 건너 범륜사가 있는 운계폭포 방면으로 이어져 있다. 지상에서부터 약 45m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데, 길이는 약 150m로 꽤 긴 편이다. 그러다 보니 출렁다리를 건널 때 다리가 흔들려 아찔한 스릴이 느껴진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운계폭포가 지척이다. 운계폭포는 20m 높이의 웅장한 폭포. 풍부한 수량을 자랑해 비룡폭포라고도 불린다. 절벽에서 푸른 물이 쏟아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물이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겨울에는 빙벽 훈련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감악산이 오랫동안 입산금지구역이었던 덕택에 운계폭포 역시 많이 알려지지 않아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범륜사는 운계폭포 바로 위에 자리하고 있다. 과거 감악산에는 감악사, 운계사, 범륜사, 운림사 등 4개의 사찰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소실한 상태다. 현재의 범륜사는 1970년에 옛 운계사터에 재창건한 사찰이다. 백옥으로 만든 동양 최대의 관세음보살상이 있고, 범륜사 사찰 앞에는 9층석탑과 자연석으로 세운 세계평화의 비가 있다. 범륜사에서 나와 팔각정자로 이어지는 숲길도 멋스럽다. 신록으로 물들어가는 숲은 금방이라도 초록빛을 쏟아낼 듯하다.



◇호수 위를 찰랑찰랑, 마장호수 출렁다리

광탄면 기산리에 자리한 마장호수. 물빛풍경이 아름다워 ‘아시아의 레만’으로 불린다. 마장호수는 2000년에 조성한 농업용 저수지. 이후 파주시가 마장호수 일대를 마장호수공원으로 조성하면서 도심형 테마파크로 재탄생했다. 이름은 ‘아우드로 테마파크’. 산정호수 일대에 산책로와 트레킹코스, 둘레길, 캠핑장, 물놀이 체험시설, 전망대, 카페, 그리고 출렁다리까지 갖추고 있다. 2018년 3월에 개장한 이후로 많은 사람이 힐링과 휴식을 위해 찾고 있다.

마중호수의 중심은 출렁다리다. 호수 어디서든 출렁다리를 볼 수 있다. 찾아가는 방법도 간단하다. 주차장에서 산정호수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다. 그래도 바로 출렁다리로 가고 싶다면 주차장에서 잘 다져진 산길을 따라가면 빨간 다리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은은하게 반짝이는 물빛 위를 가로지르는 길이 220m, 폭 1.5m의 도보교량이다. 이름 그대로 올라서면 다리가 출렁거린다. 그렇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성인 1280명이 동시에 건널 수 있는 하중을 지닌다. 풍동실험으로 내풍안전성(42m/s)과 지진력(5.5 규모)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래도 뛰거나 일부러 흔드는 행동은 자제하는 게 좋다.

마장호수 둘레길에서 본 출렁다리


다리 중앙으로 이동할수록 지나는 이들의 걸음과 강 위를 흐르는 바람결에 다리는 더욱 흔들거린다. 흔들리는 다리를 지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더욱이 다리 바닥 중앙은 아래 물줄기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다. 안전을 위해 야간 출입을 통제하는 이유다. 개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별도 입장료는 없다.

호수를 둘러싼 산책로도 잘 다듬어져 있다. 흔들다리 아래로 마장호수 둘레를 걸어볼 수 있는 3.3km 길이의 물길 산책로다. 깔끔하게 조성된 공원과 분수대를 감상하며 곳곳에 쉬어갈 수 있게 마련된 의자도 있다. 철쭉을 비롯해 야생화가 가득한 하늘계단은 호젓한 둘레길에서 가장 풍광이 뛰어난 곳이다. 여기에 카누와 카약 등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가족이나 연인들의 나들이 장소로 제격인 이유다. 산과 호수를 끼고 있어 물빛과 낙조가 주변 군락목, 푸른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특히 아름다운 곳.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의 품에 파묻힌 듯한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호수 산책길은 뒷짐 지고 여유롭게 걸어도 1시30여분이면 족하다. 맑은 물이 일렁이는 길을 따라 걷다보면 출렁다리에서 느낀 기분과는 또 다른 매력이 물씬 풍긴다. 걷는 내내 출렁다리가 시야에서 떠나질 않는다는 점도 재미있다.

마장호수 출렁다리


◇여행메모

△감악산 출렁다리로 바로 간다면 감악산 출렁다리 5주차장을 이용하면 좋다. 단, 주말에는 아침 일찍 만차가 되는 경우가 많다. 밤이 되면 운계폭포를 중심으로 경관조명과 3D 라이팅 쇼 등이 열린다. ‘전설의 빛’을 주제로 감악산 힐링파크에서 운계폭포까지 약 1Km 구간에 신비의 숲, 달빛 풍류, 금빛 출렁다리, 힐링의 숲, 전설의 비룡폭포 등 5가지 빛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절기(4~10월)에는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동절기(11~3월)에는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운영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운영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미리 알아보고 가는게 좋다.

△마장호수는 입장료와 주차비가 없고 애완동물 동반입장까지 가능하다. 서울 구파발이나 도봉구, 의정부 쪽에서도 불과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어서 접근성이 매우 좋다. 주차장도 여러 군데 있어서 차를 가져갈 수도 있다. 호수 수변을 따라 조성된 둘레길을 걷다보면 바위틈에 피어난 들꽃들이 반겨주며, 일몰 무렵에는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호수 위에 내려앉아 일상에서 고단했던 마음을 가라앉혀 준다.

마장호수 둘레길과 수상자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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