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상 반발에 매각설까지…오비맥주, 속앓이

송주오 기자I 2019.07.30 05:12:00

카스 출고가 인하에 주류 도매상 집단 반발
업계선 대항마 테라 견제 위한 움직임 분석
대외적으론 매각설 다시 부상…AB인베브, 호주 사업 외에 추가 매각 없다 밝혀

오비맥주가 지난 3월 선보인 광고캠페인의 한 장면 (이데일리DB)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국내 1위 맥주기업 오비맥주가 딜레마에 빠졌다. 주력제품인 카스의 출고가 인하 전략이 시장의 반대에 부딪혔다.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테라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오비맥주에 악재가 발생한 셈이다. 오비맥주는 매각설도 돌고 있어 회사 안팎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내달 31일까지 맥주 카스와 발포주 필굿의 출고가를 한시적으로 인하한다. 이번 결정에 따라 카스 병맥주 500㎖ 기준 출고가는 1203.22원에서 1147.00원으로 4.7% 낮아진다. 필굿도 355㎖와 500㎖을 각각 10%, 41% 인하해 주류 도매상에 공급할 예정이다.

오비맥주 측은 “여름 성수기에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판촉행사를 기획했다”며 “무역분쟁 탓에 국산제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시점에 이번 특별할인 행사가 국산맥주에 대한 소비촉진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비맥주의 이번 결정에 주류 도매상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앞서 단행한 카스의 출고가 인상 결정에 업주들이 사재기에 나서며 재고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오비맥주는 지난 4월 카스 병맥주 기준 출고가를 1147원에서 1203.22원으로 인상했다.

업계에서는 당시 오비맥주의 결정을 두고 테라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했다. 기습적으로 출고가 인상 결정을 알려 업주들이 싼 값에 카스 사재기에 나서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라 출시에 맞춰 출고가를 인상해 주류 도매상들의 사재기를 유도했다”며 “이번에는 테라의 신제품 생맥주가 납품되는 시기에 맞춰 출고가를 낮춘 것으로 테라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DB
테라는 지난 3월 출시해 100일만에 1억병을 판매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출시 39일만에 100만 상자를 판매해 기존 브랜드 대비 1.4배 빠른 판매속도를 기록했다. 테라 돌풍으로 올해 6월 유흥시장의 판매량이 전년동월대비 45% 상승했다. 2017년과 2018년 6월 판매량은 전년동월대비 23%, 21% 감소했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출고가에 일정 수수료를 붙여 마진으로 이익을 내는 도매상 입장에서 출고가 인하는 수익 저하로 이어지는 탓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매각설에도 휩싸였다. 모회사인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가 약 124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오비맥주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게 요지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AB인베브가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국내 유통 대기업과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에 인수 타진 의사를 추진한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B인베브가 한국과 호주, 중남미 지역 자산과 자회사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AB인베브가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에 호주 사업 부문을 113억달러(약 13조원)에 매각하면서 오비맥주 매각설에 기름을 부었다.

오비맥주 측은 매각설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AB인베브가 호주 사업 매각 이후 추가 매각을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카를로스 브리토 AB인베브 회장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호주 사업 부문을 일본의 아사히 맥주에 매각하기로 한 결정 이후로 자산을 더 매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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