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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현장실습 경험이 없었다면 대기업 취업만 생각했을 겁니다. 오히려 대기업보다는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실무능력을 더 키울 수 있어 만족합니다.”
가톨릭대 프랑스어문화학과 4학년인 한상욱(27) 씨는 지난해 8월 졸업 전 조기취업에 성공했다. 해외 현장실습 경험을 살려 무역중개회사에 입사, 벌써 출근 5개월째를 맞았다.
한 씨는 3학년 2학기 때 5개월간 다녀온 베트남 현장실습 경험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돌이켰다. 그가 실습을 나간 곳은 베트남 현지 의류봉제회사로 원단을 수입해 옷을 만들고 이를 다시 해외로 수출하는 기업이다.
그는 “베트남으로 현장실습을 나가보니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극히 한정돼 있어 사전을 찾아보며 베트남어를 익혔다”며 “반년 가까이 해외에서 생활하다보니 외국인을 상대하는 데 자신감이 생겼고 덕분에 지금의 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씨가 취업 후 맡은 업무는 무역운송대행업이다. 국내 무역회사가 해외에서 수입하려는 제품이 있으면 이에 대한 운송·통관을 대행해준다. 업무상 해외 파트너를 상대해야 할 때가 많지만 해외 현장실습을 경험한 그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업무다.
◇ 실습 중에도 학사관리, 현장실습에 학점 부여
한 씨의 모교인 가톨릭대는 전체 재학생 중 인문사회계열이 60%를 차지한다. 상대적으로 이공계 비중이 큰 대학보다 취업률에서 불리하다. 가톨릭대는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인문사회분야 현장실습’에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2012년 교육부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사업에 선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가톨릭대는 2014년 2단계 LINC사업에 선정된 데 이어 2015년에는 교육부 ‘장기현장실습 시범 대학’으로도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가톨릭대는 한 해 5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을 총 4차례에 걸쳐 현장실습을 보낸다. 그 중 3월과 9월에 보내는 현장실습은 한 학기(16주 이상)가 소요되는 장기현장실습이다.
학생들은 16주 이상 기업에서 실무를 체험하면서도 15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매일 현장 업무를 소화한 뒤 보고서를 올리면 교수가 이를 확인한 뒤 학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7월과 1월 방학기간만 활용하는 단기현장실습에서도 본인이 원하면 장기로 전환이 가능하다.
최경원 가톨릭대 LINC사업운영팀장은 “지금도 현장실습생 500명 중 100명 정도는 장기현장실습을 다녀오고 있지만 앞으로는 장기실습 비중을 더 늘리려고 한다”며 “실습 기간이 길어야 학생들이 실무와 적성이 맞는지 파악할 수 있고 기업도 학생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어 취업으로 연결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 장기현장실습 다녀온 학생 10명 중 8명 취업
가톨릭대는 학생들을 현장실습에 보내기 2개월 전부터 수요조사에 나선다. 기업 명단을 제시하고 학생들에게 ‘실습 희망 기업’을 3지망까지 지원받는다. 기업에는 학생들이 올린 이력서를 제공, 실습생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또 학교 차원에서 실습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월 40만원을 지원한다.
이처럼 기업·학생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매칭’에도 신경을 쓰기 때문에 현장실습에 참여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다. 2016년 한 해 동안 장기현장실습에 참여한 98명의 학생에게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평균점수가 93.1점(100점 만점)이나 됐다.
특히 장기현장실습을 다녀온 학생 10명 중 8명은 취업에 성공했다. 2015년 장기현장실습 이수학생 88명 중 62명이 졸업했으며, 대학원 진학자(2명)를 제외한 60명 가운데 80%(48명)가 취업했다. 이 중 인문사회계열 학생은 27명으로 56%를 차지한다.
최경원 팀장은 “학생들의 장기현장실습을 확대하기 위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 강소기업을 꾸준히 발굴할 것”이라며 “현장실습 이후 기업·학생에 대한 만족도 조사도 꾸준히 실시, 산업체 수요를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현장실습이 취업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