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일자리 비상]③금융시장 덩치 커졌는데…취업자 비중은 뒷걸음질

문승관 기자I 2017.10.11 05:30:00

총자산·계열사수 꾸준히 증가
취업자 비중만 3.1%로 하락세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지난해 국내 금융사의 총자산은 4969조원으로 10여 년 새 3배 이상 커졌지만 전체 취업자 가운데 금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금융산업의 내실이 커졌음에도 그 규모에 비해 흡수하는 취업자 수는 상당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금융권이 고용창출 능력을 스스로 줄이는 셈이다.

10일 금융감독원의 ‘2017년 상반기 금융지주회사 실적’에 따르면 은행금융지주 소속 회사 수 대비 임직원 수는 2014년 768.4명에서 2015년 737.7명, 2016년 665.4명, 올해 상반기 566.5명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4년 8개였던 은행지주 회사 수는 2015년 7개, 2016년 7개, 올해 상반기 8개다. 지주회사에 소속된 회사 수는 2014년 142개, 2015년 147개, 2016년 164개, 2017년 상반기 194개다. 금융회사 수는 늘고 있는데 임직원 수는 줄어들고 있다.

문제점은 채용 과정 곳곳에서 나타난다. 금융권이 연봉이나 채용인원 같은 채용정보를 지나치게 밝히지 않아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은행 중에 채용 공고에 공식적으로 연봉을 공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의 5대 시중은행은 신입사원 연봉이 4500만원에서 5500만원 사이인 것으로 전해지만 정확한 숫자를 밝힌 적이 없다. 보험사나 카드사 등 2금융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연히 전체 지원자가 몇 명인지도 제대로 밝히지 않아 취업 경쟁률을 알기도 어렵다. 은행들은 해마다 전체 경쟁률이 ‘100대 1’ 정도라고 두루뭉술하게 밝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낮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 은행이 다른 은행보다 돈을 적게 준다고 알려지면 그만큼 지원자가 적게 올까 봐 공개하지 않는다”며 “경쟁률도 다른 은행들과 비교되는 것이 싫어서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금융당국은 지난달 13일 금융회사와 맺은 ‘금융권 청년 신규채용 확대를 위한 협약서’ 초안에서 “퇴직자에 상응하는”이라는 문구를 넣도록 했다. 구속력 있는 신규 일자리 창출을 하라는 의미다.

주요 시중은행의 하반기 공채에는 대부분 2만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려 경쟁률이 수십 대 1에 달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스타트업 거리축제 ‘IF 2017’에서 “금융회사가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를 확대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영업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금융권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신경 쓰고 있는 만큼 신규 채용을 줄일 수 없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은 올해 인력 감축을 위해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적은 인원만 채용하려고 했으나 정부 방침에 호응하기 위해 신규 채용을 대폭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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