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 있는 방신시장에서 33년간 소금과 젓갈 등을 판매한 60대 천 모(여)씨는 하루빨리 가게가 나가길 바라고 있다. 수 십년간 생계를 책임졌던 가게다 보니 섭섭할 만도 하지만 그런 마음은 사치라고 생각한 지 오래됐다. 물가는 올라 소비자들 지갑은 좀처럼 안 열리는데 월세는 매달 130만원씩 나가 가게를 유지하는 일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어서다. 코로나19 펜데믹 시절에는 건물주가 월세라도 조금 깎아줬지만 이제는 그런 ‘배려’도 없다. 환갑을 넘긴 남편은 2년 전부터 배달일에 나섰지만 힘이 부치지 않는 게 하나도 없다. 천씨는 “남편도 고령이라 배달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씁쓸해 했다.
60대 이상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나홀로 사장)가 빠르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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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사장 중에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8월 42.2%로 11년 전(31.1%)보다 11.1%포인트 증가했다. 나홀로 사장 10명 중 4명은 천씨처럼 혼자 일하는 셈이다. 이는 저출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자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자영업에 머무르거나 퇴직 후 만만한 자영업으로 유입되는 고령층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비자발적인 고령의 나홀로 자영업자가 자영업자의 ‘약한 고리’이자 자영업 위기를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고령층은 변화에 기민하게 적응하기 어려워 전직이 쉽지 않은 데다 창업 대비 폐업률도 높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창업자 대비 폐업자 비율은 2011~2020년 평균 70세 이상 161.0% 60대 101.9% 50대 80.4%, 40대 69.6%로 연령이 높을수록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권리금을 기대하고 폐업하려 해도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해 장사를 계속 하는 고령의 나홀로 사장도 많다”며 “변화에 적응해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자영업자는 기술교육을 통해 임금근로자 전환을 지원하고 생계형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는 비용 지원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