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어정쩡한 행보가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주식, 펀드 투자로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면 세금을 물리는 금투세는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일찌감치 폐지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유예와 시행 사이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금투세는 개인투자자 1400만 명이 얽히고설킨 이슈다. 이재명 대표는 ‘먹사니즘’을 유일한 이데올로기로 천명했다. 금투세는 먹사니즘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주 MBN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을 선진화한 뒤 금투세를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사실 이 대표는 금투세 유예를 꾸준히 주장해 왔다. 지난 8월 당권주자 토론회에선 “현재 주식시장이 너무 나쁘다”며 “금투세를 강행하기보다는 유예하거나 일시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금투세 폐지론엔 선을 그었다. 민주당 안에는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이 대표가 금투세 유예론을 펴면서도 당론을 중시하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금투세 결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시행까지 석 달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짰다. 그 일환으로 한국거래소는 최근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 증시의 저질 체력은 고질적이다. 밸류업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수는 꿈쩍도 안 한다. 이 마당에 ‘슈퍼개미들’이 극도로 꺼리는 금투세까지 시행하면 엎친 데 덮치는 격이다. 국내 증시에서 자금 이탈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환자를 수술하려면 먼저 건강이 받쳐줘야 한다”며 “우리 증시는 금투세를 도입하기엔 체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금투세 유예는 시장의 불안정성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며 아예 폐기가 낫다는 의견을 밝혔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불확실성을 속히 제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