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4대 그룹의 인사 향배를 바라보는 재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키워드다. 고금리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중동 분쟁까지 겹치며 올해의 어려운 경제 환경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을 것”이란 예측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다만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미래 사업 준비와 조직 쇄신 등 일부 변화를 주는 모습도 나타날 것이란 게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
◇삼성 한종희·경계현 남을 듯…SK도 안정 속 쇄신 촉각
재계 역시 불황을 이유로 보수적 인사를 예상하고 있다. 삼성에선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005930) 한종희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 부회장과 경계현 DS(반도체)부문장 사장의 거취가 최대 관심사인데 이번 인사에서도 자리를 지키고 임기를 채울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가전사업 이익이 크지는 않지만 불황에도 수익을 내고 있고 반도체사업의 실적 부진도 업황 악화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 부회장과 경 사장 모두 임기를 남기고 떠날 정도로 사업 성과를 내지 못한 건 아니다”고 했다.
|
SK도 보수적인 인사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경기 리스크 대응을 위해 주요 대표이사와 부회장 다수를 유임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성향도 사람을 아끼는 편이라는 후문이다. 다만 일부 쇄신에 나설 여지는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 SK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2016년 이후 ‘서든 데스’ 위험을 다시 언급했다. 재계에선 인사 교체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7년간 자리를 지키는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오랜 기간 임기를 채우고 있는 임원들의 거취가 주목된다. SK하이닉스의 박정호 부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나지만 차세대 메모리로 D램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어 연임할 가능성이 크다.
◇완성차 수출 1위 성과 현대차…신사업 인재 발굴 가능성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의 두 수장 모두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송호성 기아 사장은 경기 불황 속에서도 ‘완성차 수출 1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다. 더구나 내년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대대적인 변화보다 안정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정 회장이 소프트웨어중심의 차량(SDV) 회사로 체제전환을 한다고 예고한 만큼 새 인물 등용도 예상된다.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분야와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외부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
|
서지용 교수는 “최근 시장이 불확실하고 사업의 연속성이 필요한 부분도 많아 가급적 연임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면서도 “신규사업이나 기술 개발에선 젊은 인재를 적극 영입해 시장 개척에 나서는 움직임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