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의원에 대한 과도한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각종 부패범죄 혐의를 받는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잇따라 국회로 넘어오는 등 사법리스크가 정국을 뒤덮으면서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도입한 구시대적 산물인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방탄 국회를 멈춰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여기에 사회 통념상 도를 넘은 국회의원 의전, 수당 체계 등도 서둘러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말 노웅래 민주당 의원(뇌물수수 혐의 등), 지난달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민주당이 거대 의석수를 앞세워 반대표를 던져 이를 부결시킨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 이미 국민의힘에서는 헌법 44조에 명시된 불체포특권 포기를 당론으로 추진하면서 의원 개개인의 자율 투표에 맡긴다는 방침을 세웠다. 체포동의안 가부(可否)의 키를 쥔 민주당 입장에서는 찬성표를 던질 경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는데다 반대표를 던지면 방탄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는 외통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국회가 우여곡절끝에 체포동의안을 가결한다고 해도 구속된 상황에서 수당을 지급하는 국회의원수당법도 서둘러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21대 국회 들어 국회의원의 구금 중 수당 지급을 중단하는 국회의원수당법 개정안 4건이 발의돼 있지만 관련 상임위원회인 운영위원회에서는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또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국회의원의 회의 참석률이 저조할 경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 입법·특별활동비를 감액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도 6건이 발의돼 있지만 모두 수년 동안 운영위에서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선거구제 개편 논의 과정에서 파생된 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350명으로 늘리는 방안도 뜨거운 감자다. 국회 신뢰도가 최악인 상황에서 국민적 반대 여론에 부딪힐 수 있어 여야는 일단 해당 안을 철회하기로 했지만 국회 전원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민선영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행정부의 부당한 권력행사로부터 소신 있는 의정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불체포특권, 면책특권 등을 오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며 “의원들의 수당에 대한 특혜 면세나 중복 지급 등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과도한 특권이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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