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도 패자도 없다"던 與전대…'연포탕' 나올까[국회기자 24시]

경계영 기자I 2023.03.11 09:13:14

尹 "국민만 생각해 전진"…金 "질서 있는 다양성"
첫 행보는 주요 당직자 인선 ''친윤 채워지나'' 관심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우리 국민의힘 당내 선거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습니다.”

지난 8일 차기 지도부를 뽑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국민의힘 ‘1호 당원’인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해 “우리 당 구성원 모두 첫째도 국민, 둘째도 국민, 셋째도 국민만 생각하고 함께 전진해야 한다”며 당 화합을 당부했습니다. 당초 준비된 연설문에 없던 내용을 윤 대통령이 즉석에서 추가했다고 합니다.

김기현 신임 국민의힘 대표의 메시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당대표 경선 기간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통해 당을 대통합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당대표로서 당 의원들과의 상견례 격이었던 10일 정책의원총회에서도 ‘질서 있는 다양성’을 언급하며 “우리 속에 많은 다양한 의견들이 분수처럼 표출되고 그 표출된 의견들이 내부에서 기탄 없이, 격의 없이 밤샘 토론하고 결론 나면 그 결론을 함께 수긍하고 ‘원팀’ 할 수 있는 다양성이 우리 당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기현 신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선출된 후 손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당정 수장 모두 한목소리로 당 화합을 외친 배경은 현재 국민의힘 상황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7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원권 정지’ 징계로 대표직을 상실한 이후 내분으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이 전 대표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천아용인’(천하람 당대표 후보와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 최고위원 후보)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며 갈등은 계속됐습니다. 김 대표에게 주어진 제1 과제로 당 혼란 수습과 갈등 해소가 꼽히는 이유입니다.

그 첫걸음은 김기현 대표의 인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당직자에 누구를 앉히는지는 앞으로 ‘김기현호(號)’ 국민의힘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입니다.

하지만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은 주로 ‘친윤’(親윤석열 대통령)계입니다. 가장 먼저 인선된 당대표 비서실장엔 구자근 의원(초선·경북 구미갑)이 임명됐습니다. 계파색이 짙진 않지만 친윤계로 분류되며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 대표의 구미 출정식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무총장직에도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됩니다. 지명직 최고위원이나 정책위의장, 수석대변인 등의 후보군도 친윤 위주입니다.

이미 선출직 지도부는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을 얻은 김기현 대표를 포함해 김재원·김병민·조수진 최고위원,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까지 친윤을 자처한 인물로 채워졌습니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뚜렷한 계파를 보이진 않지만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로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외교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선출직에 이어 김 대표가 지명할 수 있는 주요 당직까지 친윤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집니다.

이미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당대표에 도전했던 천하람 변호사는 지난 10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김기현 대표와 선거 끝나고 통화하면서 선거 땐 치열하게 다퉜지만 당이 잘 되자고 하는 것이니 잘해보자고 했는데 그 다음 날 아침 당장 최고위원들이, 1명도 아니고 3명이나 떼로 (방송에) 나와 (천아용인을) 제거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김기현 대표의 진정성을 믿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김 대표와 다른 당대표 후보와의 화합도 안갯속입니다. 본선에서 2위를 차지한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직후 김 대표와 통화했지만 아직 만나는 일정을 확정하진 못했습니다. 안 의원 측 김영우 전 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10일 캠프 해단식 후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과 관련해 고위공직자수사처 고발 취하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전혀 따로 고려하지 않는다”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황교안 당대표 후보 측은 전당대회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불복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당원들의 선택은 끝났고 이제 김기현 대표의 선택만 남았습니다. 친윤 일색이지 않느냐는 지적에 김기현 대표는 지난 9일 “이제 고민한다”며 그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당대표 당선 직후인 지난 8일에도 당직 인선에 연포탕에 적용되느냐는 취재진의 말에 “연포탕의 기본 원칙을 지킬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실력, 일하는 능력으로 내년 총선에서 이길 분을 삼고초려해 모시도록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연포탕이 적용되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친윤계에 밀려 결국 당대표 불출마를 결심한 나경원 전 의원이나 예비경선(컷오프)에서 탈락한 윤상현·조경태 의원과도 연대로 볼 수 있을까요. 다음주 초, 김기현호 국민의힘의 인선이 구체화할 예정입니다.

김기현 신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참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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