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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거래·고지거부 막을 대책 없다”…불신 키운 LH 부실대책

최훈길 기자I 2021.03.15 06:15:24

‘예방·적발·처벌·환수대책’ 모두 구멍 숭숭
LH 준법윤리감시단으로 사전 예방? 역부족
전방위 부동산 등록제·신고제 도입 지지부진
차명거래·고지거부하면 처벌·환수 오리무중
현 대책으론 제2 LH 투기사태 또 불거질 전망

[이데일리 최훈길 신수정 기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투기 의혹 사태와 관련해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미흡한 후속대책으로 인해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정부는 특단의 예방·적발·처벌·환수 대책을 예고해놓고 실제로는 곳곳이 구멍인 대책만 내놓고 있어 부동산 투기 범죄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조차 의심받는 실정이다.

사의를 표명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후속조치 관계장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준법윤리감시단…이름 바꾸기 수준”

정부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LH 후속조치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총리가 휴일에 장관들을 소집해 LH 관련 회의를 연 것은 지난 2일 민변과 참여연대가 LH 투기 의혹을 제기한 이후 처음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대지 국세청장, 김창룡 경찰청장 등 관계부처 장관과 사정기관 수장까지 참석했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허위매물, 기획부동산, 떴다방 등 부동산 시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과 불공정 행위를 엄단할 특단의 방안을 마련해 강력하게 집행하겠다”며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7일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시스템적으로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도 공공부문 전반에 대한 개혁 방안은 다뤄지지 않았다. 1차 조사에서 적발된 20명에 대한 농지강체처분조치를 검토하고, LH 임직원들의 토지 취득을 제한하는 내용 정도가 주요 골자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LH에 준법윤리감시단을 설치해 투기를 ‘예방’하겠다는 것은 이미 감독부서가 하고 있는 일을 이름만 바꾸는 정도”라며 “특단의 대책을 예고했던 정부가 오늘 발표한 내용은 전혀 새로울 게 없다”고 꼬집었다.

불법 투기행위를 적발하겠다며 꺼내든 그물망도 엉성하다. 부동산등록제·신고제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날 회의 결과에는 포함되지도 않았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앞서 민변과 참여연대는 “토지·주택 개발 관련 업무와 연관된 모든 정부·지자체 공직자와 그 배우자, 직계존비속이 해당 지역의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상시적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투기 여부를 검증하는 조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동산등록제는 현행 4급 이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직자 재산등록의무제 대상을 부동산 정책 관련자의 경우 5급 이하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부동산 신고제는 부동산 정책 관련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이 부동산(토지·주택)을 거래할 때마다 기관장 등에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조사범위 확대 계획도 포함되지 않았다. 차명으로 이뤄지는 불법 투기를 어떻게 근절할지, 지분 쪼개기 등으로 투기를 조장하는 기획부동산을 어떻게 적발해 처벌할지 등도 모두 빠졌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직계존비속 명의로 매매하면 빠져나갈 수 있는 우려가 크다”며 “투기 증거가 폐기·은닉되기 전에 대규모 검사 인력을 투입해 빠르게 조사를 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 혁신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허가제 도입하고 자금출처 조사해야”

대책 마련에 시일이 걸리고 여론이 잠잠해지면 제대로 된 ‘적발 시스템’을 만들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향후 부동산 등록제·신고제를 도입하더라도 LH 등 공공기관 임원에만 한정적으로 제한해 적용하거나, 토지는 포함되지만 주택 거래는 제외하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제도를 만들어도 직계존비속의 경우 재산고지를 거부할 수도 있다. 형제, 친·인척, 친구 등 차명거래를 막을 대책도 현재로선 없는 실정이다.

예방·적발조치가 이렇게 부실하면 ‘처벌·환수’도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 처벌과 부당이득 환수를 제대로 하려면 내부 정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면밀히 규명해야 한다. 하지만 투기 의심자들이 내부정보를 통해 투기를 했는지, 입소문이나 지인, 부동산 카페 등을 통해 정보를 입수했는지 규명하는 게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주택·토지 관련 자금조달계획서를 사전에 철저히 제출받고 사전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진형 경연여대 경영학과 교수 겸 대한부동산학회장은 “LH 전체 직원이 토지를 취득할 때 사전허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며 “부동산투기 조사 능력이 있는 검찰을 전면적으로 투입해 조사하고 자금출처 조사로 은닉 수익을 찾아 투기를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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