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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표’ 색깔 보여줄 시간
이 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한 토대를 쌓겠다”고 강조했다. 2차 대전 때 윈스턴 처칠의 말을 인용, “우리의 목적은 승리”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오는 6일 취임 100일을 앞둔 현 시점에서 정치권의 평가는 일단 ‘합격점’에 가깝다. 문재인 정부 최장수 총리답게 180석(현재 174석) 규모의 거대 여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온 덕분이다. 특히 총리 시절 ‘내각 군기반장’이란 평가에 걸맞게, 코로나19 위기 속 내부로는 확실한 기강을 세우고 외부로는 적극적인 협치 행보에 나섰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추경안 처리, 정당 대표 월례회의, 공통 총선 공약 합의 처리 등을 합의하면서 ‘국회가 달라졌다’는 말도 나왔다.
‘엄중’ 이미지를 벗고 신속하고 단호한 모습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윤영찬 의원의 ‘카카오 뉴스 편집 압박성 문자’ 논란 당시 언행 주의 경고, 다주택 논란을 빚은 김홍걸 의원 제명, 정정순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 정부 후반기 부동산 문제, 소속 자치단체장의 잇따른 성추문 등 탓에 여권 지지율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더이상의 돌발 악재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난 시간 거여(巨與)가 흔들리지 않게 이끌어온 것만으로도 나름의 지지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운명 공동체’인 현 정부의 성공을 앞세우다 보니 ‘이낙연표’라고 내세울 만한 정책이 없다, 색깔을 보이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 지난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당과 (대표가) 따로 놀면 재앙이 될지 모른다”면서 “19개의 태스크포스(TF)가 엄청난 기동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이낙연 스타일”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추미애·윤석열 사태’와 관련해 연일 강경 일변도의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대권가도…내년 보궐 선거 승리 필수
여야 합의로 법정 시한 내 내년 예산안 통과 이후 남은 정기국회 기간 입법 성과를 얼마나 도출하느냐에 첫 승패가 달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공정경제 3법 등 여야가 가파르게 대치하고 있는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앞서 공수처법을 포함한 권력기관 개혁법 등 15개의 ‘미래입법 과제’를 제시한 이 대표는 “상생과 공정의 미래를 준비하는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3일 오후 국회에 복귀한 이 대표는 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20여년 숙원이자 촛불 시민들의 지엄한 명령인 공수처법 개정안도 반드시 매듭지어야 한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완수해 그 결과를 국민께 보고드릴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야당과의 협의, 인내도 필요하지만 때론 결단도 필요하다”며 “문재인 정부 국정 과제를 매듭짓고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미래를 위해 결연하게 입법과제 이행에 함께 임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 평론가는 “대외적으로 딱히 손에 잡히는 게 없는 상태에서 공수처법·공정경제 3법 등 입법이 연내 완료되면 이 대표의 성과로 확실히 기억될 수 있다”면서 “자신의 정치적 역량,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면모를 부각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내년 재보궐 선거 승리는 대권가도에서 필수적이다. 차기 대선주자로 확실한 승기를 거머쥘 수 있는 마지막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야 대선주자로서의 내공과 승산 있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 승리를 위해 후보는 물론이고 일종의 ‘러닝 메이트’인 차기 당 대표에 누가 앉을 지도 고심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