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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원도심 학교·마을 붕괴 위기…손 못대는 市·교육청

이종일 기자I 2020.03.04 03:11:00

인천 원도심 학생 수 해마다 줄어
학생 떠나 지역공동화·마을붕괴 우려
교사들, 교육청 정책 ''탁상행정'' 비판
"교육혁신 통해 원도심 학교 불신 없애야"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 원도심의 학생 수가 해마다 줄어 지역 공동화, 마을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인천교육청은 원도심의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교육균형발전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적은 예산에 끼어맞추기식 정책을 무리하게 시행해 탁상행정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인천시와의 협력도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교육격차 완화와 원도심 학생 수 증가를 위해 인천시와 교육청의 협력, 혁신교육 확대, 다양한 마을교육 추진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천시교육청 전경.


◇원도심 학생은 줄고 신도심은 늘고

인천은 수년전부터 원도심 학교의 학생 수가 줄고 신도심 학교의 학생 수가 증가해왔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천 원도심은 초등학교 학생 수 감소가 뚜렷하고 중학생, 고등학생 순으로 감소 비율이 낮아진다. 이는 초등학교 배정 기준이 주거지 근처인 반면 중학교, 고등학교는 학구가 넓어져 주거지와의 관련성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학생 수는 원도심인 미추홀구, 동구, 남동구, 부평구 등에서 현저하게 줄고 있다. 미추홀구 관교초 1~6학년 학생 수는 2015년 907명에서 지난해 758명으로 149명 감소했다. 신입생 수는 2015년 161명에서 지난해 116명으로 줄었고 올해 11명 감소해 105명이 입학할 예정이다.

인주초는 2015년 전교생 949명에서 지난해 828명이 됐고 신입생 수는 2015년 171명에서 지난해 147명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58명 줄어 89명이 입학한다.

(자료 출처 = 인천시교육청)


혁신학교인 동구 서흥초는 지난해 116명이 입학했지만 올해 40명 줄어 76명이 들어올 예정이다. 창영초는 지난해 전교생이 206명으로 줄었고 신입생은 지난해 34명에서 올해 20명이 입학할 예정으로 1학년 2개 학급을 1개로 줄인다.

남동구 구월초는 2015년 신입생 수가 138명이었다가 지난해 77명으로 급감했고 올해 70명이 입학한다. 2015년 100명이 입학했던 인수초는 올해 57명으로 줄어든다. 부평구에서는 부일여중이 2015년 전교생 468명에서 지난해 271명으로 줄었고 부평중은 480명에서 313명으로 급감했다.

반면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중구 영종국제도시 등 신도심 학교에는 학생이 몰려 대부분 과밀이다. 송도 신정초는 지난해 신입생 228명에서 올해 222명으로 6명 줄지만 정원을 초과해 과밀학급이 지속된다. 이 학교 1학년 교실은 7개여서 1학급당 학생 수는 교육청 기준인 평균 26.5명을 초과한 31.7명으로 편성해야 한다. 2~6학년도 비슷하다.

송도 신송중은 지난해 신입생 372명에서 올해 468명으로 급증하고 해송중 신입생은 223명에서 359명으로 늘어난다. 신송중, 해송중의 신입생 학급은 교육청 기준인 30명을 넘어 각각 평균 36명, 39.8명 수준의 과밀이 된다. 청라·영종지역 신도심도 상황은 같다.

최길재 인천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는 “동구 등 원도심에서 학생 수가 줄어 다수의 초등학교가 폐교 직전에 있다”며 “일부 원도심 학교는 신도심으로 이전해 학생, 학부모들이 떠나고 있다. 이러다가 원도심 학교·마을이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도심 문제’ 힘 못쓰는 인천시·교육청

원도심 학생 수 감소는 원도심에서 신도심 등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인구가 원도심으로 유입되는 인구보다 많다는 것을 내포한다.

인천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초등학생 수가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원도심은 학생 수가 줄고 신도심은 늘어나는 불균형이 심화됐다. 이는 송도 등 신도심으로 학령기 자녀가 있는 세대의 이동이 쏠리는 것에서 기인했다.

이에 따라 원도심 학교는 지속적으로 학생 수가 줄었고 일부 학교는 폐교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인천교육청은 이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균형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원도심 학교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원도심 109개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청의 균형발전사업은 19개 과제로 이뤄진다. 그러나 대부분 학교 중심의 사업이 아니라 교육청이 정해놓은 사업에 학교를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교육청은 학생, 학부모가 어떤 이유로 원도심 학교를 떠나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예술동아리 지원, 성인권 교육 지원, 노동인권 교육 지원 등을 진행해 끼어맞추기식 사업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연간 한 학교당 기초학력보장 사업비로 평균 570만원을 지원하는 등 사업마다 적은 예산을 지원해 ‘보여주기용’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인천 원도심 초등학교 일부 교사들은 “교육청 정책 중 노동인권 교육이 원도심 학교 활성화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끼어맞추기식 사업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청은 원도심 학교 붕괴 위기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대책이 부실하다”며 “탁상행정을 그만두고 학교 구성원을 중심에 놓고 정책을 새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계에서는 학부모·학생이 원도심 학교에 대한 불신과 교육환경 쇠퇴 때문에 떠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국 교사단체인 교육디자인네트워크 관계자는 “학부모·학생이 원도심 학교를 떠나는 것은 교육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며 “원도심 학교의 교육 질이 보장되지 않아 학부모가 아이를 맡기지 못한다. 결국 교육시설이 좋고 프로그램이 다양한 신도심의 학교를 찾는다”고 분석했다.

청라국제도시 주민 A씨는 “원도심에서 신도심인 청라로 이주한 학부모들은 통학 여건이 좋고 교육 프로그램이 우수한 청라지역 학교에 만족감이 크다”며 “청라에는 사교육 시설도 많아 교육의 선택 폭이 넓다”고 말했다.

인천교육청과 교육균형발전위원회를 구성해 함께 협의하는 인천시도 원도심 학교의 학생 수 감소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인천시와는 원도심 학교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해보지 못했다”며 “앞으로 균형발전사업을 학교별 요구에 맞추도록 보완하고 인천시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시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도시재생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도시재생으로 인구가 늘면 학생 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원도심 학교 문제는 교육청과 협의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최길재 인천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는 “원도심 학교의 불신 해소를 위해 교육을 혁신해야 한다”며 “원도심에서 다양한 교육시설과 마을교육을 운영하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학생이 늘고 학교가 정상화되면 마을은 자연스럽게 활력을 되찾는다”며 “현재 원도심은 노인 인구 비율이 높다. 원도심이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려면 젊은 부부와 아이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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