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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츠호텔에서 간호섭 홍익대 교수 겸 패션디자이너를 만났다. 이날도 그는 트레이드마크인 올블랙 패션이었다. 창조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패션 디자이너인 그의 패션을 늘 똑같다. 남들이 보면 그가 늘 같은 옷을 입는 줄 알 수도 있지만 그의 옷장엔 검정 터틀넥이 수십 장이다.
그는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찾고 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바로 스스로의 몸값을 올리는 과정과도 같다”고 힘줘 말했다.
28세에 최연소 국내 패션디자인과 교수로 취임 이후 지난 20년간 단 한 번의 안식년만 다녀올 정도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 교수이지만 명품 브랜드 론칭 기획에서 빠진 적이 없고 잡화, 의류, 자동차 심지어 정부기관 유니폼까지 다양한 업계의 총괄 디렉터로 활동한 그는 “지난 20년간 모든 활동은 패션이란 키워드로 모아진다”며 “나야말로 월급쟁이들이 자신만의 브랜드로 ‘원소스멀티유즈’한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시그니처는 자연스럽게 탄생하는 ‘개성’
시그니처란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 특성을 뜻한다. 마를린 먼로의 점, 아이슈타인의 더벅머리, 챨리 채플린의 우스꽝스러운 광대모자. 역사에 족적을 남긴 이들은 시대 유행과는 무관한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가졌다.
간 교수는 “패션업계 뿐만 아니라 어떤 업계든지 자신만의 고유한 시그니처를 찾고 이를 개발하는 게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요즘 시대 사람들은 남들과 엇비슷한 무언가가 아닌, 자신의 뚜렷한 개성에 열광하기 때문이다. 그는 “브랜드가 돈이 되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그만의 시그니처가 탄생한 비결은 뭘까. 그는 “시그니처는 의도적이고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탄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 교수 역시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검은 페도라 벨벳을 썼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고, 그 역시도 모자 쓰는 걸 즐겼다. 그도 좋아하고, 사람들도 즐거워해서 계속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것이 시그니처가 됐다는 설명이다. 간 교수는 “이제는 멀리서도 사람들이 다 알아본다”며 “블랙 터틀넥과 가죽바지가 시그니처가 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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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품목으로 홈쇼핑 100억 매출 달성의 비결은? 웨어러빌러티
시그니처가 고유한 개성을 뜻한다면 그의 성공포인트는 ‘범용성’에 있다. 패션업계에서 범용성이란 ‘웨어러블(당장 입을 수 있는)’으로 통한다.
간 교수는 학생들이 졸업 작업의 옷감 소재로 새틴을 가져오면 혼쭐을 낸다며 평상시에 새틴 소재의 옷을 입는 사람은 밤무대 가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옷이 무슨 소용이냐는 논리다.
그가 지난해 홈앤쇼핑과 함께 론칭한 여성용 의류가 단일 품목으로 100억 판매를 달성하며 홈쇼핑 전사를 통틀어 최고 매출을 달성한 것도 그가 추구하는 ‘웨어러빌러티’의 가치 덕분이다.
패션 디자이너로서 그의 핵심 가치는 WC(웨어러빌러티·크리에이티비티)로 요약된다. 창조성이 중요한 디자이너지만 W의 가치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간 교수는 “학생들에게 늘 지금 당장이라도 컬렉션에 나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들라고 한다”며 “오띠꾸드르와 같은 개성 있는 작품이 보기엔 좋을 수 있지만 웨어러블하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만의 ‘시그니처’가 담겨 있는데, 누구나 공감하고 따라할 수 있는 ‘범용성’이 갖춰진다면 누구나 몸값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간 교수는 “교수라는 타이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산업계와의 콜라보를 시도했다”며 “끊임없이 일을 해야 지속적으로 일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패션 디자이너로서는 특이하게 해양경찰청 유니폼 디자인 총괄 작업을 했던 그는 “정부 기관의 유니폼도 큰 범위에선 패션의 범위에 포함된다”며 “자신만의 브랜드가 생기니 이제는 일이 따라올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안주하지 않는다. 패션과 맞닿는 모든 영역과의 접점을 찾고 ‘메이크’(make)가 아닌 ‘크리에이트’(create)를 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끝으로 간 교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가 패션”이라며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패셔너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