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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7년 펴낸 ‘대통령의 시간’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이같이 회고했다. MB정부는 지역 주도의 균형발전과 재해 예방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국가재정법 시행령까지 고쳤고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실상은 청와대 주도의 경기부양책이었다. 감사원은 2012년 “국토부가 대통령실 요청에 따라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는 감사결과를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가 29일 발표한 예타 면제 대상 사업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닮은 꼴이다.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경기부양 효과를 노린다는 점 때문이다.
이번 예타면제는 규모도 4대강 사업과 비슷하다. 문재인 정부는 총 사업비 30조 5000억원(27개 사업) 중 24조 1000억원(23개) 규모의 예타를 면제했다. 이 중 82.6%인 20조원(16개)을 도로·철도·공항 등 토목사업으로 채웠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중 19조 7600억원(총 예산 22조 2300억원) 규모의 예타를 면제한 것과 유사하다.
정부가 지역의 민원이 거센 대규모 사업을 중심으로 선정했다는 점도 이명박 정부의 ‘광역경제권 발전 30대 선도프로젝트’와 유사하다.
MB정부는 △동북아 제2허브공항(동남권) △제2영동고속도로(강원권) △동서4축고속도로(충청권) 등 30대 SOC 사업을 진행했는데 이 중 21개 사업의 예타를 면제했다. 광역단체장을 중심으로 지역의 요구가 많은 사업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예타 면제도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고민했다기보다 지역 민원성 사업을 반영한 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는 “예타 면제는 지역 입장에서 정말 필요한 사업을 바텀업(bottom-up, 상향) 방식으로 반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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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임에도 송재호 균형발전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홍 부총리가 홀로 브리핑에 나와 기재부의 권한인 예타 면제를 설명했다. 균형발전위 목소리가 정책 전반에 반영됐던 참여정부 시절과 달랐다. 껍데기는 국가균형발전이지만 알맹이는 경기부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오섭 균발위 소통기획관은 “균발위 위상이 떨어졌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자문기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예타 면제가 과거정부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R&D) 예산을 3조 6000억원(14.9%) 배정한 것을 차별점으로 들었다.
장윤정 기재부 연구개발예산과장은 “시도별로 정해져 있는 지역 특화 사업에 대해 검토해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승철 기재부 재정관리관은 “R&D 사업은 일정 시기가 지나면 예타를 자동으로 받게 돼 있는데 이를 면제해 사업시기를 앞당겼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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